슈퍼뱅크(초대형은행) 탄생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한빛과 외환은행의 통합은 독일 코메르츠은행(외환은행 대주주)이 일단 결정을 보류키로 함으로써 연내 실현 여부조차 불투명해진 상태다.국민과 주택, 하나와 한미의 합병 역시 노조 반발과 외국인 대주주의 입장 표명 지연 등으로 확정 발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계 일각에서는 정부측이 확정되지도 않은 합병 추진 내용을 반(半)공개적으로 흘림으로써 혼선만 더욱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빛+외환 코메르츠측이 당초 12일밤 경영위원회에서 외환은행의 지주회사 편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안건 상정을 미룸으로써 한빛과 외환은행의 통합은 상당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김경림(金璟林)외환은행장은 13일 "현재 통합 대상 은행 노조의 저항이 심각해 좀더 지켜보기로 했다는 뜻을 코메르츠측이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외환은행측은 "조속히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1998년7월 코메르츠측이 외환은행에 3,500억원을 출자할 당시에도 비슷한 이유를 들며 몇차례 이사회를 연기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최종 결정까지는 최소 1~2개월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빛은행 중심의 금융지주회사를 우선 확정한 뒤 추후 외환은행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주택 두 은행의 합병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노조 외에 외국인 대주주까지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다우존스뉴스는 12일 국민은행 대주주인 골드만삭스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두 은행간 합병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지만 합병 검토 단계인 만큼 아직 발표를 하기에는 시기상조다"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당초 유력한 설로 등장했던 '14일 합병 발표'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국민은행 노조가 행장실 주변 점거를 이어가며 행장의 퇴실을 저지하고 있는 것도 적지않은 부담이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행장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채 합병 발표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택은행 노조도 "합병시 인력감축이 없다는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으면 농성에 돌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외 시장에서는 두 은행간 합병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두 은행 주가는 합병 소식이 전해진 이번주부터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해외 주식예탁증서(DR) 가격도 급등하는 추세다.
하나+한미 한미은행은 이날 '대주주에 합병 동의 설득중'이라는 이색 보도자료를 냈다.
칼라일측에 조속한 시일내 검토를 끝내고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동의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두 은행간 합의는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것이 골자. 금융계에서는 정부측의 압력을 받고 있는 한미은행이 '합병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같은 자료를 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칼라일측도 조만간 결론을 짓고 두 은행간 합병을 공식 인정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견해. 한미은행 관계자는 "타 은행들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에 칼라일측도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2000/12/1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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