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 판결의미와 전망미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민주당 앨 고어후보와 공화당 조지 W 부시후보가 벌인 플로리다 대혈투가 마무리됐다.
특히 양 진영의 대리전으로 비유될 만큼 치열했던 법정공방은 이번 선거에서 보여주었던 국론분열을 반영하면서 결과적으로 주와 연방, 입법부와 사법부, 사법부 간의 대결과 갈등을 촉발시킴으로써 미국민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었다.
먼저 연방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내리기까지의 진통은 미국이 현재 처한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법관들은 지난 4일 수검표 중단결정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서명을 하지 않았다.
판결은 고어후보의 수검표 요청을 적법하다고 판시한 주 대법원 판결을 파기, 조지 W 부시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세부적으로는 양측 의견이 좁혀지지 않은 채 깊은 감정의 골을 드러내 최고권위를 지닌 사법부의 명예에 흠을 내고 말았다.
일단 대법관들은 플로리다주 수작업재검표에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데는 모두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과 다음 단계의 조치에 대해서는 7대2, 5대4등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대법관 9명 중 7명은 수검표 공방이 헌법적인 사안이라는데 동의했으 나 데이비드 수터와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반대했다.
또 주 대법원 수검표 명령이 헌법과 연방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에는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과 앤토닌 스칼리아,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찬성하고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과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가세하면서 5대4의 판결이 되풀이됐다.
반면 이에 반대하는 측에는 수터 대법관과 브레이어 대법관에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와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이 동조했다.
소수의견을 냈던 존 폴 스티븐스대법관은 판결후 개인적인 성명을 통해 이러한 결정에 대해 개탄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그는 "올해 대통령 선거 승자의 신원은 확언할 수 없을 지 모르지만 패자의 신원은 명백하다"며 "패자는 바로 우리들이자 불편부당한 법률의 수호자인 재판관에 대한 국가의 신뢰"라고 비판했다.
"또 일부에서는 평소 주정부 권한 확대를 주창하던 보수계 대법관들이 이번에는 주 대법원의 결정을 뒤엎었을 뿐 아니라 스스로 정치화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
따라서 부시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국론의 재통합과 국민들 사이에 깊이 남은 상처를 치유하는 내치의 과정에 중점이 두어질 수 밖에 없다. 양 진영의 격렬한 대립의 과정이 향후 대 의회 관계에서 커다란 장애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부시 정부의 자체 노력도 중요하지만 향후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는 고어 후보의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다.
고어로서는 그토록 원하던 개표를 해보지도 못한 채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생각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의 치열한 공방으로 미루어 고어를 대표로 싸워온 범 진보진영은 이번 판결을 '강요된 패배'로 여길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때문에 새천년 첫 대통령으로 등장할 부시와 뼈아픈 패배의 아픔을 안은 고어가 상처입은 미국을 어떻게 치유할 지 주목된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입력시간 2000/12/1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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