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 D 루스벨트(미국 32대 대통령)는 20세기 미국 최고의 정치 지도자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그의 통치 스타일에 대한 학자들의 평가는 상반적이다.그리스 시대 페리클레스 처럼 철저하게 대중을 압도한 '완벽한 통치자'라는 평가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오락가락한 '기회주의자'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그래서 그 접점을 찾아보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미국의 역사학자 게리 윌스가 그중 하나다. 국내에도 소개된 저서(원제Certain Trumpts)에 서 윌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가 어떤 인물이었던 간에) 루스벨트가 국민과 함께 호흡하려고 열심히 노력한 대통령이었다는 사실 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일화들이 전해지고 있다.
▦루스벨트는 불구의 몸으로 인해 더한 위험과 실수를 무릅쓰면서 국민과 여론에 깊숙히 다가가려 했다. 끊임없이 여론의 메신저들과 만났고, 이를 통해 얻은 민심과 정보는 보좌관들이 놀랄 정도로 정확했다.
"나의 친구들이여…"로 시작되는 그 유명한 라디오 노변정담(fireside chat). 당시로는 획기적이었던 이 미디어정치 기법은 반대로 루스벨트 자신이 국민의 마음을 휘어잡기 위한 심사숙고의 결과물이었다.
▦1930년대 대공황과 2차 대전의 전란에서도 미 국민들이 똘똘 뭉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이런 지도자의 줄기찬 복음에서 나왔다.
뉴딜정책에 대한 깊은 회의(懷疑)에도 국민들이 루스벨트를 버리지 않았던 것 또한 '지도자와 국민의 부단한 교감'때문이었다.
개인적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권좌에 오른 DJ와 루스벨트는 닮은 점도 많다. 그런에 그는 지금 국민의 마음속 어디에 있는가. 그의 개인적 영예가 커질수록 국민들에게는 자꾸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송태권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