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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영 칼럼] 大權대통령의 險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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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영 칼럼] 大權대통령의 險路

입력
200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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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꿈을 이룬 지 3년이다. 노벨 평화상의 꿈마저 '꿈 같은 현실'이 되었다. 세계의 축의와 찬탄과 감동이 어우러진 한복판에서, 그에게 정말 '남은 꿈'이 더 있다는 것일까. 그는 "한반도 평화정착이 아직도 완전하지 않다"고 질문에 답했다. 한 개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영예의 정점에서, 더 높은 비상의 꿈을 펼쳐 보인 셈이다.오슬로를 향해 서울을 떠날 때, 김대중 대통령은 밖에 나가서도 국정을 차질없이 챙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잦은 출국에 대한 비판여론이 드셌던 터다.

그의 귀국과 함께 조만간 드러날 국정쇄신의 결단은, 지금 최대의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 있다. 바다 밖의 번쩍이는 '빛' 보다 나라 안의 '그늘'이 더 급하고 중요한 우리의 현실이다.

인권과 민주주의, 남북관계 개선과 같은 세계적이고 문명사적인 이슈가 회자되는 노벨 평화상의 현장에서 김 대통령이 '챙긴' 중요한 국사는 아마도 경찰간부 인사추문이 그 하나였지 않은가 싶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차마 눈 뜨고 볼 수도, 귀를 열고 들을 수도 없이 치사하고 질 낮은 사안을 틈틈이 보고받아야 했던 대통령의 반응은 어떤 것이었을까!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은 요즘 너무도 어처구니없고 너무도 화가 나 있다.

이런 인사를 해야 하는 정부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 정부인가. 때맞춰 드러난 '가신'들의 행태는 또 무엇인가.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게 마련이고, 좋은 일이 있으면 궂은 일도 있다는 말로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 뿌리를 드러내야 하는 시점을 이미 넘기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회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초등학생의 등교길에 경호원이 붙어야 하고, 좌절하는 농민ㆍ노동자들 곁에서 대형 금융비리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그것들이 모두 우리 사회의 구조화한 모순에서, 특히 아직도 '가신정치'를 말해야 하는 정치의 부패구조에 한 가닥 뿌리를 박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른바 '내치'가 부실하면 빛나는 '외화(外華)'는 그야말로 부질없는 일이 되고마는 이치가 이것이다.

노벨 평화상은 특히 정치인이 수상자가 되는 경우의 '그늘'이 지적되어 온다. 분쟁의 당사자가 여러 차례 수상했으나 분쟁은 조금도 종식되지 않은 이스라엘_팔레스타인 문제가 그 하나다.

정치인으로서의 뒷날 처신과 평가가 문제인 바웬사나 고르바초프의 사례도 있다. 영광의 자리가 얼마나 칼날 같은 백척간두인지를 가리켜 준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거행된 12월10일이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인 것은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특별히 겹치는 의미가 있다. 수상 이유에도 인권은 결정적인 부분이다. "나머지 인생을 바쳐 한국과 세계의 인권과 평화, 우리 민족의 화해 협력을 위해 노력할 것을 맹세한다"는 것이 김 대통령의 수상기념연설 결어(結語)다.

군나르 베르게 노벨상 위원장은 수상 결정의 이유를 말하는 연설에서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노조결성권 제한을 언급하고 지나갔다. BBC 회견에 나선 앵커는 '아직도 남아있는 정치범'에 대해 물었다.

한국의 19개 재야인권단체는 인권선언기념일 성명에서 "인권 지도자를 자처하는 김대중 대통령 정부는 올해 안에 인권관련법의 올바른 제ㆍ개정을 이행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공동성명은 특히 "인권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야기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노동자 농민에게만 그 피해를 전가하고 있다. 그들의 생존권 수호 외침에 정부는 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이네 세계화네 신자유주의네 하는 대세는 인권과 격렬히 충돌하게 마련이다. 노벨상 수상 '인권 대통령'의 험로(險路)다.

칼럼니스트

assisi6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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