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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정의의 386들'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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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정의의 386들'은 어디에 있나

입력
200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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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개혁을 꿈꾸었던 386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정치가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데 민생이, 검찰이, 교육이, 민주시민 사회의 터되는 모든 것들이 또다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그대들은 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 더 이상 비겁하지 말자. 결코 우리에게 책임이 없다고 말하지 말자.

쥘 것 다 쥐고 있는 바로 윗세대에 책임이 있지, 아직 결정적인 이니셔티브를 쥐지 못한 우리 세대에 무슨 책임이 있느냐는 책임회피를 말자는 말이다.

장차관, 실국장급이나 책임이 있지 의사결정권도 제대로 없는 말단 과장급 공무원에게 무슨 민생경제 파탄에 책임이 있으며, 이사면 몰라도 경영일선에 있지도 않은 월급쟁이 과장이 무슨 힘이 있어 부실경영을 막을 수 있느냐고.

국회 문턱을 갓 넘은 초선 평의원이 무슨 힘으로 정치개혁을 논할 수 있고 곧 부장 다는 평검사 말호봉이 무슨 힘으로 검찰개혁을 입 밖에 낼 수 있느냐고, 전교조의 주장조차 씨도 안 먹히고 있는 판에 주임교사까지 아직 수년이 남은 평교사가 무슨 힘으로 교무회의에서 학생중심의 수업 운운하며 교육개혁을 논할 수 있느냐고.

우리 이제 그런 입에 발린 이야기들은 하지 않기로 하자. 20년전 어디 우리가 힘이 있어서 군사정권과 맞서 싸웠으며 어디 비빌 언덕이 있어서 거리에서 대학시절을 다 보냈던가. 적어도 그건 아니지 않은가.

이쯤해서 우리는 최소한 386들이 지난 20년전과 같은 몸가짐으로 현 위치에서 사심없이 각자 맡은 바 일을 소신껏 처리했다면 오늘 이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이 초래되었겠느냐는 목소리를 진정 뼈에 새길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창 커가는 아아들이 있어 나 역시 이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없음을 고백하며 깊이 자성한다.

386들이여, 우리 이제 잘못을 말하자. 잘못을 보고도 거부하기보다는 못본 척 뇌동하였음은 물론 묵인하고 방조하여 오늘 우리 사회를 이 모양 이꼴로 만들었다고 죄를 고하고 매를 청하자. 그 토대 위에서 다시 시작하자.

맡고 있는 부문과 실무 책임자급의 현재 위치는 향후 우리 사회를 어느 쪽으로든 방향짓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하자. 선택의 기로에서 주저될 땐 힘 없고 돈 없는 서민을 먼저 생각하자. 어떠한 형태의 청탁이든 부정한 것이면 깨끗이 거절하자. 옳지 않은 것이면 자리를 걸고 부딪치자.

/강명석 서울지방변호사회 출판홍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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