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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 주인공 이정재 / "연기자로 불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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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 주인공 이정재 / "연기자로 불리고 싶어요"

입력
200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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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얼마나 감미로운 것인가.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존재를 나타내 보이는 것 만으로도 대중은 열광한다. 스타가 되는 일은, 아무리 순간일망정, 자체로 환희다.그런데 감히 이정재는 그 '스타'라는 환희 대신 '연기자'라는 직업적 정의를 찾으려 한다.

그가 원하는 호명은 '연기자 이정재' 이다. 물론 그 안에는 '최고'라는 수식을 더 할 욕심이 있는 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그는 각광 받는 TV '게스트'이다. 그 말은 당분간은 탤런트 이정재는 없다는 얘기이다.

그는 TV 스타 출신이다. 초콜릿 CF로 데뷔했고,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드라마 '모래시계'이다.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그것이 일상처럼 여겨질 무렵엔 '모래시계' 의 재희는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외투처럼 여겨졌다.

사랑한다고 말하지도 않고, 말없이 지켜줄 뿐인 재희의 이미지. 물론 멋지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역할만 할 수 없었다. 그런다고 처음처럼 열광할 대중도 아니었다.

최근의 작품 목록을 작성한다면 그는 '예술과(科)' 연기자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이재수의 난' '인터뷰' '시월애' 모두 흥행에선 뒤쳐진 영화였지만 그가 선택한 영화들이다.

"볼거리 보다는 인물이 보이는 작품을 고르죠. 주위에서는 그냥 상업영화라도 캐릭터만 좀 다르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변신 폭을 더 크게 하고 싶었습니다"

영화의 흥행과는 상관없이 그의 연기 평점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올 하반기 극장에 걸린 블록버스터의 출연제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마음만 먹었으면 한 두 작품 했었을 것이다. "배우는 큰 영화를 해야 한다, 이렇게 걱정해 주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극중 인물의 성격이 좀처럼 납득이 안 되는데 어떻게 좋은 연기가 나오겠어요"

TV가 만들어낸 아이돌 스타가 이렇게 '연기자'적 자세를 갖게 된 데는 이재용 감독과의 첫 작품 '정사'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방위병 생활중 '모래시계'로 스타가 됐기에 제대 후에는 변신이 급했다. '불새' '박대박' 에서는 욕심이 앞섰다. '재희'의 이미지를 버리려 급급했는데 결과는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정사'에서야 비로소 연기 맛을 알았다. "아, 이제 탈선 안하고 있구나. 이렇게 나가면 되는 것이구나".

'정사'에서의 연기는 미니멀 회화처럼 깔끔하고 선이 고급스러운 것이었다. 그리고 이재용 감독과의 두번째 영화 '순애보'에서의 그의 연기는 또 한번 달라졌다. 왜소하고 누추해 보이지만 스스로는 그것을 자각하고 있지 못한 소시민의 삶을 아주 적절한 주파수로 전한다.

동사무소 직원 우인을 위해 처음 살을 좀 찌우려 했다 좀처럼 살이 붙지 않아 한 5㎏을 뺐다. 그랬더니 눈이 퀭하게 들어간 느낌에 어깨도 좀 구부정한 모습이 그럴싸했다.

"영화 '인터뷰'를 촬영하면서 내 몸의 근육이 어떤 경우에는 필요없는 살덩이로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이제 '멋지게만' 보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것 쯤은 충분히 알고 있는 그이다. 초점을 잃은 눈, 습관적인 눈 빛, 때론 어리벙벙한 몸짓과 말투. 그의 연기는 단순한 코미디라기 보다는 삶의 말초신경이 마비된 우울한 젊음이 보이는 삶의 예행연습으로 보인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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