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민생현장 방문 서민들 '쓴소리'민주당 최고위원이 12일 서울 구로시장 등 수도권 5곳으로 민생현장 이벤트에 나섰다가 주민과 지구당 간부들로부터 봉변에 가까운 쓴 소리 세례를 받았다.
▲서울 구로시장
서영훈(徐英勳) 대표와 김중권(金重權) 최고위원이 방문한 구로시장에서는 "35년 장사하면서 이렇게 살기 힘든 경우는 처음이다" "하루 16시간을 일해도 부모님 용돈도 못 드릴 지경"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하소연이 이어졌다.
경제에 대한 불만은 "제발 칭찬 받는 분들이 되어 달라"는 여당 지도부에 대한 따끔한 훈계로 이어졌다.
서 대표는 가는 곳마다 "먹고 살기가 힘들다"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한숨이 터져 나오자 연신 "조금만 참아 달라"는 말만 되풀이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
"떨어진 당 지지도의 원인과 대책을 강구하려고 왔다"(박상천ㆍ朴相千 최고위원) 는 말에 "당신들이야 말로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할 사람"(모 지구당 사무국장)이라고 인천시내 지구당 간부들이 따지는 풍경이 여기저기서 벌어졌다.
박상천ㆍ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을 만난 인천지역 당직자는 "유권자에게 아무리 믿으라고 해도 믿지 않는다"며 "나라가 이 지경이 되도록 최고위원, 의원, 장관들은 무얼 했느냐"고 따졌다.
"아무 얘기나 해도 되느냐"며 말문을 연 그는 작심한 듯 "김 대통령은 제발 노벨상 얘기를 그만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읽어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당직자도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에 노르웨이 국민은 촛불행진을 하며 축하하는데 정작 우리 국민은 냉소적"이라며 차가운 민심을 전했다.
지역 의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상규(朴尙奎) 시지부장은 "경제와 인사문제 때문에 지역을 다닐 때 곤혹스럽다"고 자조했다.
이호웅(李浩雄) 의원은 "위기가 실제상황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대통령이 밖에 나가 있으니 여당 정책위의장이 사표를 내도 누구 하나 수습하지 않는다"고 당의 무기력함을 지적했다.
정동영 위원은 "국민이 집권당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위기"라며 "민심과 맞서 싸우는 정권은 역사에 없었다. 민심을 안고 가야 한다"며 이들에 동조하며 분위기를 추스렸다.
▲서울 성동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이 방문한 서울 성동 지구당에선 한 구의원이 "8ㆍ30 전당대회 이후 4개월동안 최고위원들이 한 일이라곤 권력투쟁으로 내분만 일으킨 것이 전부"라며 "도대체 국민에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경기 평택
권노갑(權魯甲) 장태완(張泰玩) 최고위원이 방문한 경기 평택 갑 지구당의 한 부위원장은 "잇따른 비리로 당직자들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다.
정권을 잡기 전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호소했다. "초등학생까지 김 대통령 욕을 하고 다닐 정도로 민심이 엉망"이란 얘기까지 나왔다.
경기 동두천 양주 지구당을 방문한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도 당직자들로부터 '동교동계 2선 퇴진론"등 당내갈등에 관한 질문을 연이어 받고 마땅한 답변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이 위원은 "비 온 뒤에 당이 더 굳어진다"며 단합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들을 달랬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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