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기획위원회(위원장 맹형규)가 '향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이란 제목의 이회창 총재의 대선 기본전략을 제시한 문건을 지난 8월 작성했던 사실이 12일 확인됐다.A4 용지 8장 분량의 이 문건은 ▦이 총재 이미지 제고 ▦지지세력 외연확대를 통한 대세론 확산 ▦국정운영 프로그램 마련을 통한 대안 제시 ▦주요정책 이슈별 해결방안 마련 ▦2000년9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주요 정치ㆍ사회 일정 정리 및 활용방안 마련 ▦2002년 대선 대비 사전준비작업 ▦언론대책 수립 ▦당내ㆍ외 인력풀 활용방안 ▦남북문제 입장정리 ▦인터넷 활용방안 등을 10대 핵심과제로 제시하고 각 분야별 대책을 담고 있다.
문건은 '언론사 논설 집필진 성향 파악 및 지속적 관리방안'이란 항목에서 우호 언론그룹 조직방안과 적대적 집필진의 비리 및 문제점을 자료로 축적,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 '정권교체후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복이 없을 것'이라는 'DJ 안심화론' 을 개발, 대선국면에서 김 대통령의 중립화를 유도하고 범여권 및 기업에 대한 유화책을 마련할 것도 권하고 있다.
'총재 비토세력 현황파악 및 대응방안'이란 항목에선 여론 주도층내 비토그룹의 실체를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고 계층별, 지역별, 세대별 현황파악 및 원인규명, 대응방안 등을 마련할 것을 지적했다. 문건은 또 검찰, 경찰, 방송, 국정원 중립화 방안이란 항목에서 선거법 편파수사 등 향후 예상되는 야당 탄압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언론장악을 위한 추악한 공작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박병석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이 언론인을 '적대적' 부류와 '우호그룹'으로 양분, 적대 부류는 비리를 수집해 활용하고 우호그룹은 조직화하기로 한 것은 언론 길들이기를 위한 가장 비열한 공작"이라고 규탄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검찰과 경찰에 대한 흠집내기도 대권 장악 시나리오에 의한 공권력 무력화 기도임이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나라당은 대변인실을 통해 해명자료를 내고 "실무자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만든 문건이 외부로 흘러나간 것으로 당의 공식의 문건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민주당의 공격에 대해 "자신들의 궁핍한 처지를 희석시키고 호도하려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문건을 작성했던 기획위원회 소속 당직자는 "8월 기획위원회로 자리를 옮긴 후 만든 '습작용 보고서' 중 하나"라며 "기획위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맹 위원장도 "이 총재에게 보고되는 문건은 나를 거쳐가는데, 전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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