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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패 한두세 '느티나무...' / 마당극이야? 옴니버스연극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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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패 한두세 '느티나무...' / 마당극이야? 옴니버스연극이야?

입력
200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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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발라드에 배우의 추임새라니. 무대 위 잔잔한 서정의 물결에 배우가 객석을 들이밀고, 수다스런 마당쇠처럼 극에 틈입하는 대목은 또 무엇인가.1974년 '마당극'이라는 새 용어를 앞세우고, '장산곶매''예수굿' 등 일련의 참여적 마당극을 줄기차게 선보여 온 놀이패 한두레가 신작 '느티나무 이야기'로 형식 실험에 들어간다. 현재 한국사회가 맞닥뜨린 모순들이 판소리의 신명을 타고 커다란 물음표가 돼, 옴니버스 연극으로 살아온다. 마당극의 변신을 가늠케 할 세 편의 무대다.

게놈 프로젝트의 유전자 조작술 덕택에 우수한 형질의 신생아를 맞춤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통조림처럼 완벽한 개체로 출하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의 낙원인가?

실업, 사업실패, 파산 등 중년 부부에게 남은 것은 자살뿐이었다. 둘이 목 매러 큰 나무를 찾아가는 길에 본 군상도 절망의 나락에서 허우적댄다.

대기업 부도로 도둑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하청업체 사장은 그나마 남은 재산을 강도에게 다 털린다. 또 어느 늙수그레한 노동자는 구조조정의 여파로 20년 근속 공장에서 쫓겨났다며 하소연한다.

이산가족 상봉에 사회가 들떠있지만, 그동안 피해의식에 시달려 오기만 한 노파의 마음을 돌리기엔 너무 늦다. "이제 만나 무슨 말을 하겠니? 살아 있다니 그것으로 됐다."

'빨갱이 남편'으로 수십년을 전전긍긍한 노파의 말은 연좌제의 서슬에 시달려 온 이산가족의 심리적 공황을 상기시켜 준다.

언뜻 '키스''삼자외면' 등 최근 유행했던 옴니버스 연극을 연상케 하는 무대다. 그러나 76년 이래 단원이었던 연출자 남기성씨는 "옴니버스 연극의 기동성을 인터넷 세대의 재기발랄함에만 맡겨둘 수 없었다"며 "전통 연희의 미덕과 올바르게 결합된다면, 우리의 진솔한 모습을 속도감 있게 재현해 내는 데 유효한 형식"이라고 말한다.

네티즌의 경쾌한 감성에 파묻힌 문제의식을 잠깨울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이 무대는 옴니버스 연극의 시험대이다.

열려진 결말 역시 연극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자살하러 온 부부는 목을 매달려 했으나, 나뭇가지가 부러져 뜻을 이루지 못한다. 새뮤얼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케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고도.'에서는 고통이 지연될 뿐이지만, 여기서는 가지 부러진 느티나무가 팔에 깁스를 하고 나와 "둘이 대판 싸우고 가더라"며 삼신할미에게 떠벌리는 것으로 설정된다. 인명을 가벼이 할 수 없다는 한국적 미덕이 삼투된 것이다.

음악도 마당극의 실험 행보에 동참한다. 전통적 가락은 의도적으로 배제, 작곡가 최정배의 록 발라드를 전편에 잔잔하게 깔았다. 그러나 배우가 수시로 객석에 들어와, 발림이나 추임새 등으로 무대 상황에 간여하는 대목 등은 그대로 마당판이다.

한두레 공동 창작, 정인기 노동우 백은숙 등 출연. 13~17일 소극장아리랑. 수ㆍ목 오후 7시, 금 오후 4시 7시, 토ㆍ일 오후 3시 6시.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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