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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만점 맞고도 떨어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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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만점 맞고도 떨어진다니

입력
200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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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린 수능시험, 진짜 미친 수험생. 대입 수능시험이 너무 쉬워 우수한 학생들이 손해를 보게 됐다며 수험생들이 항의집회에 들고 나온 피켓 문구다.시험이 쉽다고 데모를 하는 것도 처음 보지만, 시험이 미쳤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그러나 12일 발표된 2001학년도 수능시험 결과를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너무 쉬웠다고 좀 어렵게 출제한다더니,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오고 수험생 평균점수도 27점이나 올랐다. 100점 만점의 90점에 해당하는 360점 이상 고득점자가 7만4,000 여명이 배출되어 누가 더 실력이 있는지 가리기 어려운, 별 의미 없는 시험이 되었다.

만점자 66명이란 결과는 그들 중 일부는 대입전형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변환표준점수로 환산하면 만점자중 30여명이 399점이나 398점이 되는데, 이들의 내신성적이 1등급이 못되면 더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어려운 문제에 많은 배점을 하고 쉬운 문제는 점수를 적게 주는 배점원칙을 어기고, 쉬운 문제에 많은 점수를 준 역배점 방식을 택해 실력의 우열을 가리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머리 좋은 상위권 학생들이 손해를 봤다고 데모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사상 유례없는 성적 인플레로 수험생들은 어느 대학 무슨 학부를 택할지를 놓고 큰 고민에 빠졌고, 고교마다 진학지도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대학들도 동점자 사정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입시전형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그나마 올해까지는 낫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내신성적만으로 학생을 뽑게 될 내년 이후의 소동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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