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 등 긴급 안건부터 다뤄야 할 연말 임시국회가 난데없이 국회법 개정안 처리문제로 또다시 파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국회 파행이 재현된다면, 연말 연시의 정국은 급랭 될 것이고, 불 난 집에 부채질 하듯 정치가 또다시 국가적 위기를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 연말 임시국회의 이런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그래서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한마디로 이미 국민적 심판이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 이 문제로 인해 국회가 한바탕 회오리에 휩싸였고, 우여곡절 끝에 여야 대치가 풀린 것이 불과 얼마전의 일이다.
그런데도 또다시 이를 제기하고 나서다니, 정치인들 이야말로 정말 염치없는 사람들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도 하다.
여당인 민주당이 정국 운영을 주도하기 위해 자민련을 끌어 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제부터 어제의 여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곧 발표하게 될 국정쇄신 방안을 근간으로 새롭게 정국을 운영해 나갈 중차대한 책무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국정쇄신 방안이 결코 자민련과의 공조를 기본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사람들은 보고 있다. 왜냐하면 '수(數)의 정치'는 이미 물 건너 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회에서 교섭단체 요건 완화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 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정치인이든 누구든 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시켜야 할 때인 것이다. 오죽하면 김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하는 데 대해서까지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 했을까.
노벨 평화상 시상식을 보고 나서 많은 사람들은 이 상이 정말로 김 대통령 개인은 물론 나라와 국민의 영광임을 새삼 실감했을 터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선 마냥 이를 경축만 하고 있을 분위기는 아닌 것이다.
민주ㆍ자민련은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자민련이 교섭단체가 소원이라면 기다려야 한다. 나라가 안정을 찾고, 민심도 그런 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여유를 되찾을 때, 그때 가서 교섭단체 문제를 꺼내도 늦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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