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무원칙 비난… 노조 파업불사 강경게걸음으로 일관하던 은행간 짝짓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빛+외환,국민+주택 등 그동안 설(說)로만 난무하던 각종 시나리오들이 하나 둘씩 현실화하면서 이르면 주중, 늦어도 월말까지는 짝짓기 구도가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당국이 무리하게 은행간 짝짓기를 종용하면서 파열음이 곳곳에서 새 나오고 있다. 각 은행 노조들은 정부와 은행측을 상대로 '정면 대결'을 선언하고 나섰고, 금융계 일각에서는 "무원칙한 짝짓기 구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차 금융구조조정의 윤곽
정부는 당초 한빛은행을 중심으로 평화은행 및 지방은행과 종금사 등을 묶어 탄생시키려던 금융지주회사에 외환은행을 편입시키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 변수는 12일 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은행측이 개최하는 경영위원회. 코메르츠는 이 회의에서 지주회사 참여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하게 되지만 이미 정부측과 어느 정도 입장 조율이 이뤄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굳이 외환은행을 '우량은행' 범주에 포함시킨 뒤 "지주회사에 우량은행 편입도 허용한다"고 밝혔던 것이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 경우 총 자산규모가 150조원에 육박하는 세계 50위권의 초대형 은행이 탄생할 전망이다.
은행간 합병이 논의될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등장했던 '국민+주택'의 조합도 급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노조가 11일 각각 두 은행 합병에 대한 노조원 투표에 나서고 행장을 직접 면담하는 등 심상찮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은행측도 합병과 관련해 적극적인 부인은 하지 않고 있다. "주택은행과의 합병설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할 수 없지만 우량은행과의 합병은 계속 추진하고 있다."(김상훈 국민은행장)
"우량은행과 합병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없지만 반드시 국민은행만이 대상은 아니다."(김영일 주택은행 부행장) 또 하나은행과 한미은행, 신한은행과 제주은행의 짝짓기도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하나-한미은행은 일단 선언적인 합병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지만 무산될 경우 각자 다른 우량은행이나 지방은행과의 결합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신한은행은 제주은행을 일단 위탁경영한 뒤 자체 지주회사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노조 반발 등 파열음
은행 짝짓기 구도가 현실화하면서 은행 노조들이 제2차 금융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전체 대표자회의를 열고 "정부의 강제적인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철야농성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 오후 행장실을 점거했고, 국민은행 노조도 행장 및 임원들과 언성을 높이며 장시간 면담하는 등 각 은행에서 노사간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금융계에서도 은행간 짝짓기 구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팽배하다. '한빛+외환', '국민+주택'이라는 두 가지 안이 정부측에 의해 급조된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대표적인 기업금융 전담은행(한빛, 외환)과 소매금융 전담은행(국민, 주택)을 각각 묶어 놓았을 경우 시너지 효과보다는 부작용만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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