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바둑교실 원장님을 만났더니 요즘 입단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프로기사를 지망하는 어린이들이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므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사실 이 문제는 1990년대 이후 입단 연령이 급격히 낮아져 10대 프로기사 및 연구생들이 증가함에 따라 바둑계 내부에서 간혹 논의되었던 것이기도 하다.
물론 학업 문제가 전적으로 본인들의 뜻에 따른 것이지만 한창 공부할 나이의 10대 소년들이 학업을 완전히 포기하고 바둑에만 매달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느냐에 대한 논란이다.
바둑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학교를 다니는 것이 단순한 학력 증진 뿐 아니라 장차 온전한 사회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과 덕목을 쌓는 것이므로 학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상당수 프로기사 및 일선 지도자들은 일단 바둑에 인생을 걸었다면 과감히 학업을 포기하고 오직 바둑 공부에 매진하라고 권하고 있다.
더욱이 중학교 입학을 포기할 경우 군복무 의무까지 면제되므로 장차 프로기사로서 대성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 예로 윤성현, 윤현석, 김승준, 김성룡, 양건, 김영삼 등 입단 직후 촉망받던 수많은 신예기사들이 군복무 이후 과거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데 반해 최명훈, 목진석, 이세돌 등 학업 사유로 군복무를 면제 받은 기사들은 모두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프로지망생 모두가 프로에 입문하고 모두 바둑으로 대성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기원에서는 연간 남자 6명, 여자 2명 등 모두 8명의 입단자를 새로 뽑고 있지만 전국 바둑교실에서 프로 입단의 꿈을 안고 바둑공부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수가 수백 명에 달하고 그 중에서 최정예급으로 기존 프로기사들과 호선으로 대결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쟁쟁한 기력을 갖춘 한국기원 연구생만 해도 100명이나 대기하고 있다.
이같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자연히 대부분의 프로 지망생들이 결국 입단 제한 연령인 18세를 초과, 입단 경쟁에서 낙오하게 될 것이 뻔한데 이 경우 자칫하면 온전한 사회인으로서의 재활 기회마저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프로지망생들의 무분별한 학업 포기 현상을 억제하고 정상적인 공교육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한국기원이 입단 문호를 대폭 늘리는 한편 연구생들의 학업 수행 상태를 확인 점검해 연구생 고과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일리가 있다. 어차피 최종 선택은 개인적인 판단에 따를 일이지만 바둑계에서도 이에 관해 좀더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박영철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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