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추운데 눈도 피부도 없이…""'태완아.'가늘게 떨리는 손끝으로 내 손을 잡으려 한다. 오므리지도 못하는 그 손끝으로. '엄마'라는 소리가 그렇게 가슴을 떨리게 하는 소리였는지 예전엔 알지 못했다."
지난해 5월20일 대구 동구 효목동 집앞 골목길에서 정체불명의 괴한으로부터 황산테러를 당해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던 김태완(당시 6세)군. 사건이 끝내 미궁으로 빠지면서 세인의 뇌리에서도 잊혀진 요즘 태완군의 어머니 박정숙(朴貞淑ㆍ37)씨가 인터넷상에 올린 글이 새삼 '엄마'들을 울리고 있다.
'황산테러 6살 태완이, 49일간의 아름다운 시간'이란 제목으로 사이버주부대학 게시판에 연재 중인 박씨의 글에는 먼저 간 어린 아들에 대한 애끊는 그리움과, 49일간 그 끔찍한 병상의 고통속에서도 아이다움을 잃지 않았던 태완이의 투병기가 담겨 있다.
"(태완이의) 힘겨운 숨쉬기가 끝나려 할 때 의사들의 심폐소생술이 몇차례 이어졌다. 가여운 조그만 가슴이 사정없이 짓눌렸다. 아이의 몸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아빠는 힘겹게 의사의 손을 당기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더이상의 고통은 주고 싶지 않았다." 박씨는 생일을 며칠 앞둔 태완군이 마지막 숨을 거둔 순간을 눈물로 회고한다.
"무서워 하지마, 우리 태완이 먼저 가있어. 우리 곧 다시 만날 거야. 사랑하는 아빠 엄마, 형의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암흑의 두려움 속에서 떠난 우리 태완이.."
전신에 3도화상을 입고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고통스러워 하는 태완군을 지켜보는 것이 박씨 부부에겐 죽음보다 큰 고통이었다. 박씨는 일기에서 "까맣게 부어오른 얼굴이 너무 가여워, 너무 두려워, 움직이지 않는 두눈에 가슴이 너무 아파 (간호사에게)얼굴을 좀 가려달라 했다.
아이 아빠는 고통 가득한 짐승의 소리로 울부짖다가 실신을 했다"며 "나는 작고 예쁜 태완이를 지켜주지도 못하고 나쁜 아저씨가 누구인지 찾아주지도 못한 바보같은 엄마"라고 자책했다.
박씨의 글이 띄워진 각종 인터넷사이트에는 주부 네티즌들의 위로글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답지하고 있다. "얼마나 안타깝고 애절하실지 아이 엄마로서 무어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천사)
"엄마 아빠를 끔찍이도 위했던 태완이는 하늘나라에서 엄마 아빠가 얼마나 씩씩하게 살아가나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민이엄마) "목이 메고 눈물이 앞을 가려 글을 더이상 볼수가 없었습니다. 기운차리십시오. 더이상은 말을 잇지 못하겠네요."(아지매)
태완이를 먼저 보내고 미용실도 그만뒀다는 박씨는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어 첫째 태우(11)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배워 글이나마 올리게 됐어요. 날이 이렇게 추운데 눈도 피부도 잃은 채 떠난 태완이는 괜찮을지."라며 눈물을 삼켰다.
대구동부경찰서는 당시 태완군에게 황산을 뿌린 범인을 찾기 위해 전담반을 편성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단서도, 목격자도 찾지 못한 상태다.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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