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면서 GE를 세계 초우량 기업으로 변신시킨 잭 웰치 회장(65)의 후임자로 계열사 GE 메디컬시스템스 사장인 44세의 제프리 R 이멜트가 지명되었다는 외신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1982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GE에 입사한 이멜트는 그동안 GE내 대선배인 로버트 나르델리(52) GE파워시스템스 사장과 제임스 맥너니 주니어(51) GE항공기엔진 사장 등과 치열한 후계자 경쟁을 벌였는데 웰치 회장에 의해 9대 CEO로 낙점된 것이다.
*GE맨을 탐내는 까닭
대기업의 경영 및 소유권이 창업 2세나 3세에게로 아무렇지도 않게 승계되는 것을 보아온 우리에게 세계적인 거대기업의 CEO가 사내 경쟁을 거쳐 선발되는 과정은 낯설지만 부러운 모습이었다.
특히 세 명의 경쟁자 중 가장 연소한 이멜트를 '천부적인 지도자이며 GE를 이끌 이상적인 인물'이라고 칭찬하며 새 CEO로 지명하는 모습에서 GE를 보다 젊은 기업으로 혁신시키려는 웰치 회장의 혜안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후계자 경쟁에서 탈락한 나머지 2명이 모두 다른 대기업의 CEO로 영입되었다는 사실이다.
로버트 나르델리는 미국 최대의 주택보수 관련 상품 소매체인인 홈 디포의 CEO로, 제임스 맥너니 주니어는 다국적 기업 3M의 CEO로 영입되었다.
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GE의 CEO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을 최고경영자로 영입해갔을까.
답은 잭 웰치 회장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바로 잭 웰치 밑에서 경영수업을 쌓은 GE맨이기 때문이다.
108년 역사의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천덕꾸러기 3류 기업으로 몰락할 위기를 맞고 있던 1981년부터 CEO의 자리에 올라 20년 동안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GE를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경쟁력 있는 초일류기업으로 변신시킨 웰치 회장은 미국이 자랑하는 당대 가장 유능한 기업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300개가 넘던 사업을 11개로 과감하고 줄이고 40만명에 달하던 종업원도 29만명으로 줄였다. '세계 1, 2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만 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한다'는 전략으로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전면적인 기업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1981년 270억달러이던 매출액이 1998년 1,004억달러로 3.7배, 1인당 매출액은 6만8.000달러에서 34만6,000달러로 5배, 순이익은 5.6배로 늘어났다.
*GE의 교훈은 유효하다
이런 최고경영자 밑에서 경영수업을 쌓으며 능력을 인정받아 중역에 오른 사람들이니 흥망의 기로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절실한 기업들이 서로 모셔가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잘 나가던 기업들이 맥없이 쓰러지고 한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기업들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못해 생사 기로에 서있는 우리의 현실을 보며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20년 동안 진행된 GE의 구조조정을 지켜보며 교훈을 얻지 못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기존 사업에 매달려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GE가 주는 교훈은 아직 유효하다. GE맨이 필요한 곳은 바로 우리 기업들이다.
"당신이 해오던 사업에 매달리지 말라(Don't fall in love with your business.)"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지상명제처럼 외친 잭 웰치 회장의 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사람은 바로 우기 기업인들이다.
방민준 편집국 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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