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등 알권리 주장비공식검표 요청 쏟아져
결과 다를땐 정통성 손상
"플로리다주의 논란표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인가."
미국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수작업 재검표를 중단시킨 연방 대법원의 판결과는 관계없이 플로리다주의 논란표 수만 장에 대한 비공식 검표를 추진하고 있어 향후 정치적 파장이 적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언론사들과 사법감시단체, 민간인 등은 수일 전 자유로운 공문서 접근권을 인정하는 플로리다 주법을 근거로 마이애미-데이드 및 팜 비치 카운티에서 기계개표기가 유효표로 읽어내지 못한 수 만장의 투표용지에 대한 접근을 요청했다.
이들 가운데는 마이애미 데일리 등 3개의 플로리다주 신문과 뉴욕 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일부 TV 방송사들, 보수 단체인 '사법감시' 등이 들어있다. 이 움직임은 특히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비공식 검표가 실시되더라도 이번 대선의 최종결과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 결과가 수작업 재검표를 생략한 채 나온 대선 승패와 정반대로 판명될 경우 차기 대통령의 정통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각 언론사나 단체가 천공자국만 난 딤플(dimple)표, 의사가 불분명해 기계가 분류를 하지 못한 '불완전 투표(언더보트 undervote)' 등 논란표의 유ㆍ무효를 판단하는데 각기 다른 기준을 사용할 경우 검표, 재검표, 재재검표 등으로 끊임없이 비공식 검표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제프리 먼대크는 "비공식 검표를 통해 보수파 단체들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진정한 승리자라는 사실을 보여주려 하겠지만, 민주당측은 엉뚱한 사람이 백악관에 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하는 등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새로운 검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플로리다 국제대학 교수 안토니오 호르헤는 "논란표 검표를 허용하는 것은 위험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셈이 된다"면서 "언론 매체 등에 의한 검표는 비공식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의 기능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지라도 비공식 검표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이긴 것으로 나올 경우 대통령으로서의 절대적 권위는 손상을 입을 수 밖에 없으며 의회나 국민과의 관계에서도 결국 '과도 정부의 대통령'처럼 어정쩡한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선관위에는 1만 4,000여장의 논란표에 대한 접근 요청이 16건이나 제출돼 있으며, 팜 비치 카운티 선관위에도 비슷한 건수의 요청이 제출돼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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