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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섹스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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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섹스의 사회학

입력
2000.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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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킨제이 보고서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킨제이가 본래 곤충학자였다는 걸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사실 곤충을 연구하며 성에 무관심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곤충학자인 나도 몇 년 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출판부에서 '곤충과 거미류의 짝짓기 구조의 진화'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그 책에는 곤충들과 거미류의 온갖 기기묘묘한 성생활들이 소개되어 있다.

미국의 펭귄출판사가 인간의 성행위에 관하여 발간한 근간에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성행위에 관한 자료들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이 책에 따르면 가장 자주 성관계를 갖는 사람들은 일년에 무려 138회를 기록하는 미국인들이다.

거의 이틀에 한번 꼴인데 이는 일년에 평균 57회의 성관계를 갖는다고 알려진 홍콩인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동양인들보다 두 배 이상 자주 하는 셈이다.

동물계에서 가장 자주 성관계를 갖는 동물은 단연 백수의 왕 사자다. 사자들은 대개 한 마리 또는 드물게는 두 마리의 수컷들이 여러 암컷들과 함께 가족을 이루고 살아간다.

번식기가 되면 암사자들은 모두 거의 동시에 암내를 풍기며 수태할 준비를 갖춘다.

숫사자는 그런 암사자들과 차례로 성관계를 갖는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암사자들의 수태 성공률이 워낙 저조하여 숫사자는 암사자들과 거의 25분에 한번 꼴로 계속 잠자리를 같이 해야 한다. 백수의 왕 자리를 지키기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야자수 우거진 무인도에 여러 명의 미녀들과 함께 고립되는 꿈을 꾸어보지 않은 남자들이 드물겠지만 실제로 허구한 날 시간 당 두세 번씩 여인들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면 그것보다 더 큰 고문도 없을 것이다.

구태여 기록을 따진다면 영국의 한 동물행동학자가 관찰한 암양 한 마리가 단연 금메달을 거머쥘 것이다. 다섯 시간 동안 일곱 마리의 수컷들과 무려 163회의 성관계를 가졌으니 2초에 한번 꼴이 아닌가.

내가 1984년부터 파나마 열대림에서 연구해온 두 종의 민벌레라는 작은 곤충들은 신기하게도 무척이나 다른 성생활을 보인다.

한 종에서는 암수가 한번 만나면 적게는 서너 번에서 많게는 이삼십 번씩이나 계속해서 짧은 성관계를 반복하는 반면, 다른 종의 암수는 일단 교접하면 족히 두세 시간씩 마라톤 섹스를 즐긴다.

짧은 성관계를 반복하는 종의 암컷들은 매 성교마다 수컷의 머리 한복판에서 분비되는 액체 방울을 선물로 받기 때문에 번갯불에 콩볶듯한 섹스를 반복하며 선물을 챙기는 반면, 마라톤 섹스를 하는 종에서는 수컷들이 암컷을 다른 수컷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되도록 오래 붙들고 있다.

여성의 감정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혼자만 즐기는 남성들이 많다고 한다. 동물들의 사회에서는 암컷의 선택권과 수컷들간의 경쟁에 의해 성행위의 횟수와 시간이 결정된다.

성에 관한 남성들간의 직접적인 경쟁이 제도적으로 제한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성행위도 그 시간과 횟수가 줄어든 것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정열의 민족 브라질 사람들은 지금도 한번 성관계에 평균 30분을 보낸다고 한다.

최재천 .서울 대교수 생명공학부 jccho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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