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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산문집 '시인들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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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산문집 '시인들의 풍경'

입력
2000.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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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56) 시인이 자신과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선후배 시인들의 시 세계를 탐험한 산문집 '시인들의 풍경'(문학과지성사 발행)을 냈다.그에 따르면 이 산문집은 시인들의 내밀한 세계를 더듬어보려 한 "한 무전 여행자의 무례한 기록"이다. 김씨는 황동규 시인과 안성의 청룡사를 둘러본 뒤 자신이 살고 있는 수원의 한 갈비집으로 초대해 소주잔을 앞에 놓고는 황씨가 미국 생활에서 느꼈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병상에 누운 최하림 시인의 병실을 찾아 그와의 첫 대면을 회상하기도 하고, 학고재 화랑에서 조각전을 연 황지우 시인을 찾아 그의 조각이 갖는 의미를 탐색하기도 한다.

'시인들의 풍경'은 이렇게 고은, 신경림, 정진규씨등 중진들부터 채호기, 장석남 등 소장들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대표적 시인 22명을 찾아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본 기록이다.

무엇보다 김씨 글의 감동은 시인들과 한 잔 술을 기울이며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그들을 지켜본 자신의 개인적 체험을 서술한 장면들에서 나온다. 시인들과 밤새 술자리에서 대화를 나눈 뒤 깨어난 새벽, 황지우씨의 표현처럼 '노름판에서 밑천까지 다 날려버린 새벽'에 깨어나 그들의 눈빛 하나, 말 한 마디를 되새기며 시의 의미를 되묻는 김씨의 모습은 영원한 문학청년처럼 순정한 것이다.

김씨는 "시인들의 '말과의 고투'는 언제나 힘든 싸움이어서 그들의 가슴에는 늘 응혈이 고여 있었다"며 "그들이 드러내 보여준 새로운 내면의 풍경을 만날 때마다 감동으로 몸을 떨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86년 마흔 둘의 나이에 늦깎이로 등단했지만 이후 '떠돌이의 노래' '따뜻한 말 속에 욕망이 숨어있다' 등 6권의 시집을 내면서 왕성한 시작 활동을 보여왔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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