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 제도·法 기능상실지방공무원들의 비리는 통제불능이다. 정부는 비리 근절을 위해 대규모 사정과 특별 단속을 벌이고 이런 저런 대책도 내놓지만 부패는 오히려 늘어만 간다. 정부 여당은 최근 공직사회의 비리를 없애겠다며 반부패기본법을 마련했지만 이 역시 실제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반부패국민연대 인천본부가 7월 인천지역의 주민과 공무원 등 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처리와 관련, 금품과 향응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20.7%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지방공무원 26만여명(경찰 소방직 제외) 가운데 지난 해 비리로 적발돼 징계를 받은 숫자는 1%인 2,670명에 불과했다. 산술적으로 비리 공무원 중 20분의 1밖에 적발되지 않은 셈이다.
대전지역의 한 전직 경찰관은 비리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하는 원인을 이렇게 분석한다.
"지역사회가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혀 있어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인데 칼로 자르듯 처리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무원을 건드릴 경우 지역의 안정희구세력으로부터 상당한 압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비리를 단속해야 할 경찰관이 공무원들과 결탁, 유흥업소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함께 구속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달 6일 대검 중수부의 공직비리사범 특별단속 결과 발표에서도 경찰-공무원-업자 간의 검은 고리가 속속 드러났다.
비리를 1차적으로 적발해야 할 감사도 원활하게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해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전국 232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64%가 최근 10년동안 한 번도 일반감사를 받지 않았다. 시민단체인 예산감시네트워크도 지난달 3, 4일 열린 토론회에서 "감사원의 일반 특별감사와 행정기관의 자체감사는 행정 말단에서 이뤄지는 비리를 적발하기에는 무력하다"고 지적했다.
각 지자체는 지방공무원의 비리를 없애기 위해 각종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1월에 일제히 도입된 환경단속 실명제의 경우 서류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4월 전북도의 이행실태 점검에서 5개 기초단체가 실명제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대부분 지역에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정부 여당이 공직사회의 대개혁을 이룬다며 지난달 마련한 반부패기본법도 문제가 많
다. 9월에 부패방지법을 입법청원했던 한국YMCA 등 12개 시민단체는 "부패방지를 위해 꼭 필요한 특별검사제가 빠져 있고 내부고발자보호제도가 미온적이어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나마 여야 대립으로 입법화조차 불투명하다.
반부패국민연대 고상만(高相萬) 국민신문고 국장은 "정부의 단속과 대책이 무력하게 된 현실을 감안할 때 지방공무원의 비리를 뿌리뽑으려면 시민감사청구제 정보공개청구제 도입 등 주민의 감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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