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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망년회도 '음주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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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망년회도 '음주가무'

입력
2000.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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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망년회가 있다. 가족간이나 직장의 부서별로 모여 '농태기'라고 하는 집에서 만든 술에다 돼지고기, 두부, 강냉이 국수 등을 놓고 조촐하게 망년회를 연다. 경제난이 심각해진 1990년대 이후에는 당에서 공식적으로 규제하고 있어 과거처럼 성행하지 않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부서별 망년회의 경우 간위책임자(부서장) 집에서 7~8명이 모여 갖는다. 포목이나 농기구 등 부서별 생산물을 술공장에서 '바꿔 치기'(물물교환)해 술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망년회는 1년 중 직장 동료들이 다 함께 음주가무를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이다. 남한처럼 폭탄주는 없지만 술을 좋아하는 북한 주민들이라 당에서도 이를 걱정한다.

연말이 다가오면 '천리마'라는 잡지에는 '연말에 술을 많이 마시면 몸에 해롭다'는 광고가 대대적으로 실린다. 술이 몇 잔 돌고 난 뒤에는 보천보 경음악단이 연주한 음악을 틀어놓고 '건전 댄스'를 추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남한처럼 2,3차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다.

1990년대 들어서는 망년회 풍경도 싸늘해졌다. 그전만 해도 당에서 '총화모임'이라는 명목으로 안주용 돼지고기를 부서별로 내려보내 줘 축제 분위기가 났었다. 1997년 탈북한 김길선(45)씨는 "경제사정이 아주 좋지 않았던 1990년에는 7명이 돼지고기 700g으로 망년회를 가진 적이 있다"며 "참석한 사람들이 이를 '쥐고기'라 부르며 씁쓸해 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술이 몇 잔 돌면 망년회는 보통 당정책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할 때도 많다. "점점 경기가 안좋아지는 이유가 뭐냐"거나 "당이 이제 개혁·개방으로 나가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당도 이를 의식, 1990년대 들어 "정세 요구에 맞춰 긴장속에 생활하고 모여 앉아 술놀이를 하지 마라"고 지시를 내려 보냈다. 특히 사무직과 공직자 사회, 인민군의 망년회는 아예 금지시켰다.

주강현 우리만속문화연구소 소장은 "공식적으로 망년회나 총화모임을 금지해도 연말에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여 망년회를 갖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라며 "북한 노동자 계층의 망년회에서는 '인풍술'이라는 독주를 마시거나 집단가무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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