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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알고 나를 알면 연말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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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알고 나를 알면 연말 '안심'

입력
2000.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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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나쁘면 '술꾼'이 는다? 경기 침체로 사회 분위기가 침울한데도, 술집은 주당들로 만원이다.올해 술 마시는 횟수가 더욱 늘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울화를 달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가 술을 권하는지.

연말을 맞아 술을 동반한 송년모임이 줄을 잇고 있다. 회식과 접대문화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술은 생활의 일부분이 된 지 오래다. 성인 남성의 40%가 '술꾼'이라는 통계도 있다. 미국의 3~5%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다. 하지만 술에는 장사가 없다.

피치 못해 마셔야 할 술이라면 제대로 알고 마셔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1. 적정 음주량은 하루 소주 반 병

간 손상 여부는 술의 종류가 아니라 섭취한 알코올의 절대량에 좌우된다. 개인차는 있지만 대개 남자는 하루 40g, 여자는 20g 정도가 안전하다. 하루 최대 허용 음주량은 남자의 경우 맥주 800~1000㎖(4잔), 소주 150~160㎖(3잔), 위스키 90㎖(3잔), 청주 200㎖(4잔), 포도주 240㎖(7잔), 막걸리 600㎖(2사발). 여자는 그 절반인 맥주 500㎖, 소주 80㎖로 보면 된다.

2. 알코올은 어떻게 흡수되고 배출되나?

술을 마시면 20%는 위장에서, 나머지 80%는 소장에서 흡수된다. 흡수된 에탄올의 2~10%는 신장이나 폐를 통해 땀이나 오줌, 호흡으로 배출되고 90% 이상은 빠른 속도로 간에서 대사 된다.

특히 호흡으로 배설되는 알코올은 호흡기와 목의 수분을 감소시켜 심한 갈증을 느끼게 한다. 에탄올은 간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한 뒤 다시 물과 탄산가스로 분해된다.

3. 얼굴을 붉게 하는 주범은 '아세트알데히드

얼굴을 붉게 만드는 주범은 바로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 두통, 피로감 등 숙취의 원인이기도 하다. 간에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가 적은 사람은 얼굴이 쉽게 빨개진다.

동양인은 흑인이나 백인에 비해 분해효소가 적고 절반 정도는 아예 없다고 한다. 한 잔술에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혈액순환이 좋다는 생각은 오해다. 단지 분해효소가 적을 뿐이다.

4. '술은 마실수록 는다'는 잘못된 속설

술은 마실수록 뇌에 대한 내성(耐性ㆍ저항력)이 증가한다. 뇌가 알코올의 부작용에 익숙해져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실 수 있다. 하지만 몸까지 술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비록 덜 취하더라도 몸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효소가 늘어나진 않기 때문이다.

5. 여자는 빨리 취하고 유방암 발생 가능성

남성보다 체격이 작은 여성은 그 만큼 체액(體液)도 적어 같은 양의 술을 마실 경우 더 빨리 취한다. 유방암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여성이 매일 술 한 잔을 마시면 유방암 발생이 10%, 두 잔이면 20%, 세 잔이면 30% 증가한다고 밝혔다.

6. 왜 낮술이 밤술보다 빨리 취하나?

술이 센 사람도 점심 때 마신 반주 몇 잔에 금방 취하는 경우가 있다. 인체의 장기는 낮에 감수성이 고조되지만, 밤에는 뇌의 감수성이 높아진다. 즉 아침이나 낮에 마시는 술은 몸에 영향을 주고, 밤술은 뇌에 영향을 미친다.

7. 폭탄주는 왜 빨리 취하나?

폭탄주는 1870년대 미국의 가난한 항구 노동자들이 빨리 취하기 위해 싸구려 위스키와 맥주를 혼합해 마신 것이 유래. 폭탄주가 다른 술보다 건강에 더 해로운 것은 아니다.

단지 혼합한 맥주와 양주에 들어 있는 알코올의 양만큼 영향을 준다. 문제는 양주와 맥주를 섞을 경우 맥주 안의 탄산가스가 양주의 알코올 흡수 속도를 빠르게 해 술이 금방 취한다.

8. 우유는 체액을 늘리고 간을 보호

체격이 작은 사람은 혈액 양도 적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빨리 높아진다. 술을 마시기 전에 물을 마시면 체액이 늘어나 취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우유도 체액을 늘려주고 위벽을 보호하며 술의 알코올 농도를 낮춰준다. 특히 우유의 단백질은 간장의 기능을 돕고 간세포 파괴를 막아 준다.

9. 숙취 줄이는 데는 毒酒가 유리

술은 같은 도수라도 화학적 정제 방법에 따라 순도가 다르다. 숙취의 강도는 순도에 좌우된다. 독주는 대개 순도가 높으며, 순도가 높을수록 불순물 함유율이 낮아 숙취가 적다.

10. '컨디션'은 OK, '겔포스'는 NO

'컨디션'류의 약은 술독을 없애는 성분을 조합한 것이어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글루메'라는 성분은 위 점막을 보호하며, '아스파라긴산'은 아세트알데히드의 독성을 줄여준다. 술자리 30분 전에 마시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약을 믿고 과음하다가는 오히려 몸을 더 망칠 우려가 있다. 음주 전 소화제나 위장약을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위산분비 억제제는 위장의 알코올 흡수를 촉진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한방 숙취해소법

한의학에서는 술을 모든 곡식의 가장 순수하고 정미(精美)한 물질로 본다. 때문에 술을 적당히 마시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며 슬픔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과음하는 경우엔 위장이 손상되고 열이 가슴에 가득 차 속이 답답하고 소변이 붉어지는 등의 이상이 생긴다며 경계한다.

술을 마신 뒤 가장 문제가 되는 숙취는 원인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다. 술만 마시면 머리와 배가 아프고 장염이 도져 화장실을 자주 간다든지, 몸이 무거워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고 술 냄새가 오래 남는 경우라면 간장에 극심한 피로현상이 온 것으로 봐야 한다. 장이 부글거리고 설사를 하면서 몸이 무겁고 피로하다면 장이 냉(冷)해 흡수력이 떨어진 경우.

숙취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술에 맞는 안주를 골라 먹어야 한다. 소주 안주로는 생선찌개, 돼지고기 요리, 어포 등이 좋다.

맵고 짠 음식은 궤양을 촉진할 우려가 있어 피해야 한다. 맥주에는 흔히 땅콩을 먹는데, 양을 조절하지 못하면 살이 찔 우려가 있다. 위스키를 마실 때는 치즈, 육포, 잣, 호두 등을 곁들이는 게 좋다.

술을 마신 뒤 충분한 수분과 당분(꿀물, 사과주스, 포도주스, 스포츠 음료 등)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배에 가스가 많이 차 있을 때는 고추, 계피가 들어 있는 음식이나 귤을 먹는 게 좋다. 콩나물국, 미역국, 북어국, 유자차, 칡차 등도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자생한방병원 내과 조 영 과장은 "과음을 한 날은 신선한 야채즙이나 과일즙 한 잔을 마시고 충분히 잠을 잔 다음 사우나 등으로 땀을 빼 주는 게 좋다"며 "다만 술에 취한 상태에서 목욕을 하거나 사우나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충고했다.

갈근(칡뿌리) 12g, 진피(귤껍질) 10g, 감초 8g에 물 두 사발을 붓고 한 시간 정도 달여 아침저녁으로 한 잔씩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경희대한방병원 내과 김영철 교수는 "아무리 몸에 좋다는 인삼주, 산삼주 등을 마셔도 도가 지나치면 간에 부담을 준다"며 "음주 전후에 인삼차를 마시면 숙취 해소에 다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건강음주 수칙 7계명

1.적어도 배는 채우고 마시자.

바로 술부터 들이키기보다 먼저 식사를 하는 게 좋다. 치즈, 두부, 고기, 생선 등 저지방 고단백 안주를 먹으면서 천천히 음주를 시작해야 한다. 음식은 알코올의 흡수를 늦춰준다.

2. 모임의 목적이 술이 아니라 대화와 만남인 이상 얘기를 나누며 천천히 마시자.

천천히 마실수록 뇌와 신경세포로 가는 알코올의 양이 적어지고 간에서 알코올을 소화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3. 폭탄주를 삼가고 이동하며 마시지 말자.

술은 종류에 따라 알코올의 농도, 흡수율, 대사 및 배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섞어 마시면 좋지 않다. 특히 콜라와 사이다 등 음료수를 섞어 마시는 음주습관은 몸에 해롭다. 탄산 거품이 섞인 술은 흡수가 빨라 짧은 시간에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인다. 더구나 2차, 3차 등 자리를 옮겨 다니며 소주, 맥주, 양주 순으로 마시는 것은 간 기능을 해치는 주범이다.

4. 잔을 돌리지 말자.

잔을 돌리는 것은 개개인의 주량과 기분을 무시한 강권이 되기 쉽고,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다. 잔을 돌리다 보면 음주에 가속도가 붙어 폭음하기 쉽다.

5. 술자리가 잦은 연말에도 안식일은 필요하다.

'매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연일 이어지는 술자리에 배겨날 간(肝)은 없다. 일정을 잘 조정해 사흘에 한 번쯤은 간이 쉴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특히 과음한 다음 날 '술은 술로 풀어야 한다'며 찾는 해장술은 가장 해롭다. 해장술은 숙취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게 아니라 뇌의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두통이나 속쓰림을 느끼지 못하게 할 뿐이다.

숙취해소에는 뜨거운 된장국이나 콩나물국, 차 종류가 좋다. 과당이 풍부한 과일, 꿀물도 해독을 돕는다.

6. 술자리에서는 되도록 담배를 삼가라.

술과 담배는 천하의 몹쓸 궁합이다. 담배는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하고 알코올은 니코틴의 흡수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담배연기 속에는 2~6%의 일산화탄소가 있다.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면 거의 연탄가스 중독(일산화탄소 중독)에 가까운 타격을 받기 때문에 심장, 간, 뇌 등에 치명적이다. 천천히 자살하고 싶다면 모를까 술자리에서는 담배를 삼가야 한다.

7. 술자리에서는 무조건 흥겹고 정겹게 즐기자.

여건만 된다면 틈틈이 자리에서 일어나 흥겹게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춰가며 즐기는 게 좋다. 흥겨운 놀이에 열중하다 보면 술도 덜 마시고 만취하는 경우도 드물다. /홍명호ㆍ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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