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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고대책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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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고대책 믿어도 될까

입력
2000.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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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최우량 업체로 알려진 동아상호신용금고 마저 영업정지에 들어갔다니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정부가 즉각 신용금고업계에 1조원의 유동성 지원 등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불길을 제대로 잡을 지 미지수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과 지역 중소 상공인들이 의지해 온 금고업계의 붕괴는 자칫 사회적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 정부당국은 특단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동아 사태는 이미 빈사 상태에 이른 금고업계의 현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자산규모도 업계 최상이지만 탄탄한 내실 경영으로 더 소문났던 동아가 이 지경이라면 다른 금고들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하루살이 연명이 금고업계가 처한 현실이다. 최근 한달 여 사이에 무려 11개의 금고가 문을 닫았다.

이것은 물론 기업과 금융 부문의 전반적인 구조조정과 급격한 경기 하락에 따른 연쇄 파장의 결과다. 최근 동방신용금고와 열린신용금고의 잇따른 불법 대출 사건이 금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악재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거시경제적 환경악화 속에서 금고업계의 고질적 내부요인이 자초한 '업보'의 측면이 있는 것이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정부 당국자들의 경솔한 언행이다. 시장의 심리 안정에 나서야 할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신용금고 사고가 앞으로도 한 두개 더."운운하며 되레 찬물을 끼얹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 가 없다.

제아무리 우량금고라도 고객의 불신과 무차별적인 예금인출 공세를 배겨날 재간이 있겠는가.

안정화 대책이란게 '병 주고 약 주기'식이어서 실효성이 의문스럽다. 금고에 대한 은행 여신한도 확대 등 유동성 지원에 나선다고 하지만 이미 업계와 투자자들의 신용 공황 상태가 걷잡을 수 없는 마당이라 약 발이 먹힐 지도 회의적이다.

지금 제 코가 석자인 은행들의 협조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번 대책이 다행히 시장을 진정시키더라도 역기능 또한 걱정이다. 금고업계에 도덕적 긴장이 다시 풀리고 그에 따라 금융구조조정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옥석의 선별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금고 중 살릴 것은 살리되, 버릴 것은 과감히 청산하는, 원칙적인 집행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진행중인 금고 검사작업을 되도록 빨리, 그리고 철저하게 매듭지어 금고업계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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