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BS'순풍산부인과'가 15일 종영한다는 말이 허풍이었으면 한다." 시청자 의견이 많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종영소식은 허풍이 아니었다.그것을 밀 증명이라도 하듯 5일에는 '순풍…'의 종영 기념식이 열렸다. 한국적 시트콤의 전형을 보여주고 숱한 화제를 뿌렸던 '순풍…' 종영 기념식이 시작됐지만 오지명을 비롯한 주역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인없는 쓸쓸한 잔치 분위기, 그 기분을 상쇄시켜주기라도 하듯 한 사람이 뛰어 들어온다. '순풍…'의 인기 견인차 역할을 했던 박영규(46)이다.
SBS 주말극 '덕이' 촬영 때문에 늦었다고 말하며 그는 이내 '순풍 산부인과 기념식' 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보자 숙연해진다." 아직까지 '순풍산부인과' 영규역의 영혼에서 빠저 나오지 못했어요. 2년 9개월 동안의 무능한 학원강사 박영규역을 표출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시트콤 성공의 열쇠인 캐릭터의 정형화를 이룬 '순풍…'의 일등 공신은 박영규라고 해고 과언은 아닐 듯 싶다. 이전의 드라마에서나 외모에 풍기는 그의 이미지는 느끼한 중녀, 그 자체였다. 시청자들이 '제비족'의 대명사를 꼽으라면 항상 들어가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순풍…'의 박영규는 치졸함, 째째함, 비굴함을 드러내는 캐릭터였다. 밥값 안 내려고 끈을 오래매고 있거나, 화장실에 가 남이 돈 낼 때까지 나오지 않는 인물이 바로 그였다.
다소 과장돼 보이지만 순발력있는 속물 박영규. 시청자는 그에게서 역설적으로 인간이 허위의식을 찌르는 아이러니를 느끼면 박수를 보냈다. "박영규역에는 배고픈 연극배우 생활 10년의 노력과 데뷔후 10년의 무명 설움이 배어있습니다.
사람들은 코믹 연기를 쉽게 보지만 가장 힘든 연기지요." 그는 '레미콘론'을 이야기 한다. "레미콘 처럼 늘 돌고 있어야 시멘트가 굳지 않는 것 처럼 연기자는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생활과 연기를 구분하지 않아요. 생활이 연기의 토양이기 때문이지요. 최근 가요 프로그램(MBC '가요 콘서트') 진행자로 활동하는 것과 노래를 부르는 것 역시 연기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순풍…'에서 박영규 부인역을 했던 박미선은 그를 "주체할 수 있는 끼로 뭉친 연기자"라고 했다. 그말이 쑥스러운듯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60대가 되어서 연기를 해도 10대 팬들이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연기자였으면 한다"는 말을 남기고 그는 '순풍…'종영기념식장을 떠났다.
배국남 기자 knb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