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발언대] '실직 증명서' 된 대학졸업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발언대] '실직 증명서' 된 대학졸업장

입력
2000.12.11 00:00
0 0

IMF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났다고 호들갑을 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기업들의 구조 조정과 퇴출 등으로 실업자는 물론 노숙자들까지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앞으로도 공공부문과 금융부문 구조 조정 및 계절적 요인까지 한꺼번에 겹칠 것으로 보여 얼마나 더 많은 실업자가 양산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내년 2월 실업자 수를 대략 110만~130만명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래저래 실업대란은 피할 수 없는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실업한파는 대학가도 예외는 아니어서 졸업반 제자들의 생기 잃은 모습을 보면서 마음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취업 출장을 다녀봐도 기업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해 스승으로서 무력감을 느낀다.

신규 대졸 예정자 18만명과 취업 재수생 18만명을 합해 금년도 취업 예정자는 36만 여명에 이르고 있는데 신규 일자리는 8만 5,000여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부분 학생이 영광스런 졸업장 대신 '백수증명서' 들고 대학문을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고급 인력의 4분의3이 사장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실업 대란을 피해보고자 휴학하는 학생들 역시 전국적으로 벌써 50만명이 넘어 대학 재정까지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어떤 학자는 사장되고 있는 이들 유휴 인력의 잠재력을 10조원 이상으로 평가했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올바른 삶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희망을 상실했을 때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올곧게 이끌어갈 원동력 또한 잃어버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IMF 기간 동안 정부는 인턴사원제 확대, 공공부문 정보화요원 채용, 초중고 보조 교사, 대학원 연구생 채용 등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자하며 고학력 실업자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들 대책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정도의 임시 대책이어서 경기 회복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가야 하는 근본 대책과는 처음부터 거리가 먼 것이었다.

실업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고학력 실업자 수는 더욱 누적되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고학력 실업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공적자금 조성이나 재정운용 확대 등 특단의 실업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과감한 경기 부양 정책을 통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뼈를 깎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윤배ㆍ조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