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국책 연구기관의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극히 이례적이란 점에서 뿐 아니라 이 같은 지적은 대다수 국민들의 일반적인 평가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KDI 비판의 핵심은 구조조정에 원칙이 없었다는 점과 실기(失機)했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3일 단행한 2단계 기업퇴출의 경우 부실기업 정리를 미루다가 시장의 힘에 떼밀려 단기간 내에 많은 부실징후기업을 '몰아치기 식'으로 퇴출시켜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문은 왜 부실기업 정리를 제 때에 하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부실기업주는 경영권 상실 우려, 채권금융기관은 BIS 자기자본비율 하락, 정부는 공적 자금 추가조성에 따른 책임논란 부담 등의 때문이라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이들 3자의 자신들 이익을 우선시한 집단 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로 인해 결국 국민만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금융 구조조정의 경우 원칙이 불분명해 막대한 공적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모든 결정을 원칙대로 처리하는 준칙주의 대신 당국자 손에 맡긴 재량주의를 택해 정책의 투명성 일관성이 사라지고 도덕적 해이만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이번 KDI의 비판 내용은 새로운 것이 별로 없다. 지극히 원론적인 사항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그 동안 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그 만큼 원칙이 없었다는 증거다. 그러나 후유증은 크다.
구조조정에 있어서의 공정성 시비는 노동자 농민 등 다른 이해 집단의 반발을 초래, 우리 사회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로 까지 몰고 갔다는 점에서 정부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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