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에서 권노갑 최고위원을 2선으로 후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여권 전체가 벌집 쑤셔 놓은 듯 시끌벅적 하다.그도 그럴것이 퇴출의 도마위에 오른 권 최고위원은 DJ 가신그룹의 좌장일뿐만 아니라, 사실상 정권의 제2인자이기 때문이다.
■여권내 파워게임이라는 세간의 흥미를 떠나, 이번 사태를 두 가지 관점에서 고찰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첫째는 '정권과 가신(家臣)'의 문제다.
언필칭 민주주의 시대인 오늘에 이르러서도, 가신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지만, 가신이라는 명칭에 당사자들 조차 크게 싫어하지 않을 만큼 상식화해 있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의 전근대성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가신의 문제에서 YS 정권에 이어 정치적 실험이 또다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실험의 주제는 정권창출에 기여한 가신들이 정권의 중심에 그대로 있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그들이 국정을 담임할 만한 능력이 있는가 등일 것이다. 이미 YS 정권 때, 그 실험의 답은 부정적이었다. 기실 이런 실험은 오래 전에도 있었다.
주군과 가신에 관한 교훈적 사례는 역사책에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현명한 주군은 정권을 잡은 뒤 가신을 곁에 두지 않았다.
■다음으로, 집권세력 내부 권력의 분화(分化) 문제이다. 권력의 분화는 필연이다. 힘이 생기고, 그 힘을 매개로 주변에 사람이 생기면 갈등을 빚게 되고, 결국은 분화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권력 내부의 갈등과 분화는 역대 정권에 다 있었다.
YS 정권 말의 상도동계 분화, 6공 말의 민정계 분화, 5공 말의 TK 세력 분화 등이 그것이다. 권력의 분화에는 유의 할만한 특징 하나가 있다.
권력의 구심력이 약할 때, 정권의 말기적 증상의 하나로 이런 현상이 일어 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을 DJ 정권 말기로 봐야 하는가. DJ 정권 가신들은 이 점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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