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지역주의 인사란 비판이 집중됐던 서울 경찰청장이 사흘만에 물러났다. 남다른 출세의 발판이 된 출신고교를 속였다는 엉뚱한 논란이 퇴진을 부른 경위가 마치 코미디 같다.정부 인사를 이렇게 웃음거리로 만들면서, 무슨 방책으로 민심을 수습하고 국정을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경찰 인사가 치졸한 해프닝으로 전락한 근본은 목포고와 목포 해양고가 다른 학교란 사실 따위가 아니다. 권력 실세들이 정부 인사를 사적 이해에 따라 주무른 때문이다.
여론은 아랑곳 않던 여권이 두 고교 출신 실세들간에 갈등이 일자, 서둘러 당사자를 퇴진시켰다는 뒷얘기에서도 여전히 민심과 국정보다 사적 이해에 몰두하는 모습을 본다.
원만한 국정 운용을 위해 무리한 인사가 불가피했다고 변명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속 좁은 발상이 경찰 조직에 온갖 갈등을 초래하고, 국정 불신과 냉소를 키웠다.
정치사회적 상징성이 큰 경찰 수뇌부 인사를 정면돌파 하듯 감행한 의도를 헤아리기 어렵다. 정통성이 취약한 권위주의 정권도 아닌 마당에, 권력기관을 특정지역 출신에 맡겨야 안심한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학력 논란은 위선적 명분에 집착한 무리수에 대한 통렬한 응징이다. 국가 핵심조직에 아무리 '믿을 만한 인물'을 기용하더라도, 조직 안팎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큰 틀의 국정 운용까지 실패할 수 있다.
지금은 지역을 들먹이는 것이 한가롭게 느껴질 정도로 총체적 국정 개혁이 절박한 상황이다. 정권이든 실세든 간에, 이기적 고려를 모두 버리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아쉽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