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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대선 미국의선택 / "美는 정치적 내란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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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대선 미국의선택 / "美는 정치적 내란 직면했다"

입력
2000.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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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플로리다주 수작업 재검표 시비 등으로 잠재적인 '정치적 내란'(political civil war)에 직면하고 있다."NBC방송의 워싱턴 지국장 팀 러서트는 "연방 의회가 사실상 반분된 상태에서 오는 2002년 중간선거와 2004년 대선까지 정쟁이 격화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정치적 내란에 가까우며 우리는 헌정위기의 벼랑 끝에 와 있다"고 말했다.

대선을 둘러싼 미 정국이 반전을 거듭하면서 사법과 입법, 주와 연방 사이의 갈등과 혼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자 이런 종류의 견해가 급속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9일을 고비로 대선의 향배는 다시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달린 상황이 됐지만 그 결과가 상황을 깨끗이 매듭지을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갖가지 상황론과 가설들이 다시 춤을 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연방 대법원이 만약 수작업 재검표 재개를 허용하지 않으면 고어 후보는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진다. 이 경우 이미 젭 부시 주지사의 서명을 받아 연방 의회에 제출된 결과가 인정될 수 밖에 없어 고어 후보는 결국 분루를 삼켜야만 한다.

하지만 연방 대법원이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을 지지하거나 최소한 개입하지 않겠다는 판결을 내게 되면 고어 후보는 플로리다주 논란표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 결과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

여기서 수작업 재검표결과 고어 후보가 부시 후보와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면 부시의 당선이 당연하지만 고어 후보가 뒤집기에 성공할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어 후보가 역전하고 주 대법원이 이를 인증할 경우 고어의 승리가 확실해 보이지만 공화당측이 이 같은 사태에 수수방관할 리 없는데다 자칫하면 고어 후보 지지선거인단과 부시 후보 지지 선거인단 등 2가지 선거인단 명부가 연방 의회에 제출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선거관리부처인 주 국무부는 부시 후보가 플로리다 선거에서 승리한 것으로 인증하고 젭 부시 주지사가 서명한 부시측 선거인단 명부를 연방의회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또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가 별도의 선거인단을 지명할 경우에는 3가지 선거인단 명부가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연방법은 이럴 경우 연방 상ㆍ하원이 내년 1월 5일 첫 개원 때 각각 토론을 벌인 뒤 1월 6일 어느 후보쪽 명부를 택할 것인지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하원(435석)은 공화 221석, 민주 212석, 무소속 2석으로 공화당이 우세해 부시 지지 명부를 택할 게 분명하지만 상원(100석)은 50석 씩으로 동수를 이루고 있어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1월 20일까지는 현재 상원의장직을 맡고 있는 고어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측은 고어 부통령의 투표자격에 이의를 제기하며 또 다시 법원에 해석을 물어볼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연방 의회의 의사결정이 또 다시 법정소송에 휘말릴 경우 1월 20일 취임일까지 후임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우려도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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