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플로리다주 수작업 재검표라는 '뜨거운 감자'를 되돌려 받으면서 제 43대 대통령을 결정하는 마지막 심판을 내릴 것인가.플로리다주 대법원이 내린 수작업 재검표 명령 판결에 대해 두 번째로 심리할 연방 대법원은 수작업 재검표 재개와 집계 포함에 관한 사법부의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의 조지 W.부시 후보가 과연 승복할 수 있을 지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연방과 주의 사법권 대결, 입법부와 사법부의 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9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결정을 뒤엎고 재검표 중단 명령을 내린 연방 대법원의 분위기는 극도로 긴장된 모습이다.
5대 4라는 판결도 극적이지만 판결 후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을 낸 판사들간의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면서 확인된 극단적인 견해는 쉽게 조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방 대법원은 11일 오전 11시 양측의 구두변론을 듣기로 결정했다.
연방 대법원은 앞서 판결에서 주 대법원이 결정한 주 전체 카운티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 명령을 중지하라고 판결하고 고어 후보의 표로 인정한 팜 비치 및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논란표 344표를 무효화했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아 연방 대법원은 부시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부시 후보측의 청원을 즉각 수용해 재검표 중지를 지시한 것이나 선거인단 등록일을 하루 앞두고 심리를 갖는 것 등이 모두 부시측 승소를 예상하지 않고서는 내릴 수 없는 결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연방 대법원이 수작업 재검표를 계속 진행시키면서 심리일정을 정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즉각 중단 시킨 데서 판결의 향배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대법관중 가장 보수적으로 알려진 앤토닌 스칼리아 판사가 이날 대법원결정 직후 발표한 성명은 "게임 도중에 규칙을 바꾸는 것은 공평하지 않은 행위"라며 "연방 대법원의 재검표 중단 명령이 최종 판결은 아니지만 판사 과반수가 부시측의 승소 가능성을 믿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수의견을 낸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은 "일단 모든 표를 집계한 후 법적인 판단을 내리자는 게 기본입장"이라며 "집계 중지는 피청원자인 고어후보에게는 물론 공공에 대해 해악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어 후보의 수석변호사인 데이비드 보이스는 "연방 대법원이 주 대법원이나 주 선관위 대신 어떻게 투표를 집계하느냐에 대해 개입해 국가 선거의 결과를 바꾼 적이 없었다"며 연방 대법원이 재검표를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시 승소를 예측한 스칼리아 대법관의 견해에 대해 "선거인단 선출이 주법에 따라 해결돼야 하므로 이번 사안은 연방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헌법학자 로이트 커틀러는 이번 판결 전망에 대해 "아무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며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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