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슈퍼은행 콤플렉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슈퍼은행 콤플렉스

입력
2000.12.11 00:00
0 0

"기어이 세계 100위권 은행을 만들어야 정부의 직성이 풀릴 것 같은데.."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제2단계 은행구조조정의 최대 이벤트가 될 '슈퍼뱅크' 탄생을 바라로는 은행권의 반응이다.정부 고위당국자는 "대형 은행간 합병을 통한 슈퍼뱅크 탄생을 물론 희망한다. 그렇다고 강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한 고위인사는 "강제와 희망이 과연 큰 차이 있는 얘기일까"라고 반문했다.

합병선상에 거론될 만한 우량은행이 몇 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희망'표시는 당사자들에겐 엄청난 압박일 수 밖에 없고, 정부도 완곡화법을 통해 당사자들의 부담을 노린 것이 분명하다.

'하나+한미+주택' '국민+주택' '국민+외환' '주택+신한' '한빛+외환' 등 온갖 짝짓기 시나리오가 그렇지 않아도 흉흉한 연말 금융시장과 은행권을 휘졌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세계 100대 은행이 나올 때가 됐다"고 역설해 왔던 당국으로선 구조조정 시한을 앞두고 '슈퍼뱅크' 실적에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사자들의 시큰둥한 반응에도 불구, 마침내 최고 금융당국자까지 나서 "곧 2건의 대형합병이 성사될 것"이라고 '앞서' 나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200위면 어떻고, 300위면 또 어떤가. 강제되고 급조된 '짝짓기'는 결국 실패작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1차 은행구조조정(한빛은행)과 기업구조조정(빅딜) 과정에서 뼈저리게 경험했다.

합병은 본질적으로 '연애결혼'일 수 밖에 없고, 칼자주를 쥐고 있는 정부는 '중매자'도 되어선 안되는 것이다. 정부는 '슈퍼은행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