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하던 날 현지표정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린 오슬로의 10일은 '김대중의 날'이었다.
일요일인데도 하랄드 국왕과 3부요인 등 노르웨이 주요 인사들이 시상식, 국왕 주최 오찬 등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특히 하랄드 국왕은 시상식 후 김 대통령을 왕궁으로 별도로 초청, 오찬을 마련했는데 이는 이전에는 한 번도 없었다. 시상식 외에도 시민들의 촛불행진 등 이날의 행사들은 가슴 뭉클한 감동과 후의(厚誼)의 연속이었다.
■횃불 행진
11일 새벽(현지시간 10일 저녁) 시상식이 끝난 뒤 공식 연회 전 수많은 인파의 횃불 행진이 오슬로 시가지를 아름답게 수놓았다.
'어린이를 구하라'는 단체와 국제 앰네스티 회원, 노르웨이 거주 동포 등 500여명이 주축이 된 횃불행진은 오슬로 중앙 역에서 시작돼 김 대통령의 숙소인 그랜드 호텔까지 이어졌다.
김 대통령은 호텔 2층 발코니에 나와 점점이 반짝이는 횃불과 환호하는 주변의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김 대통령이 연회 참석을 위해 자리를 뜬 뒤에도 시민들은 한동안 자리를 지켜 호텔 앞 도로가 횃불과 인파로 메워졌다.
■공식 연회
김 대통령은 노벨위 주최의 연회에 참석, 군나르 베르게 위원장 등 노벨위원 전원의 영접을 받았다.
김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나쁜 친구는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는 것 같고 진실한 친구의 집은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는 것 같다'는 바이킹의 격언을 인용, "서울에서 오슬로까지 11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이웃집을 방문한듯 편안하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언론 회견
국왕 주최 오찬이 끝난뒤 김 대통령은 시상식장인 오슬로 시청 메인 홀에서 CNN과 1시간짜리 특별생방송 인터뷰를 가졌다.
회견은 1,000여명의 방청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CNN 메인 앵커인 조너던 맨의 사회로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됐다. CNN은 '김 대통령 소개' '한반도 평화의 진전' '한국인들의 삶' '인생역정' '끝나지 않은 책무' 등 5부를 각각 2분짜리 다큐멘터리로 방영한 뒤 김 대통령과 일문일답을 했다.
■9일 일정
시상식 하루 전인 9일 김 대통령은 라프토 인권재단의 관계자 접견, 내외신 기자회견, 노벨위원 면담, 노벨위 비공식 만찬 등 바쁜 일정을 가졌다.
김 대통령은 자신에게 인권상을 수여한 라프토 재단의 헨리에테 오젠 이사장 등을 만나 환담했으며 지난달 5일 시상식에 대신 참석한 차남 홍업(弘業)씨가 재단 관계자들과 함께 횃불행진에 참여한 대형사진을 전달 받았다.
김 대통령은 이어 노벨연구소에서 내외신 기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회견 후 군나르 베르게 위원장 등 노벨위 관계자들을 만나 직접 붓으로 쓴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는 액자를 선물했다.
김 대통령은 또 숙소에서 199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호세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저항운동협의회의장'과 만났다.
■현지언론
노르웨이 권위지인 아프텐포스텐지, 다그블라뎃지 등은 9일자에 각각 김 대통령 회견기사를 실었다. 또 닥스아비젠지는 김 대통령의 업적을 높이 평가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의 특별기고를 게재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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