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됐어요"서울 강남 D초등교 4학년 김모(10)양은 요즘 학교도 안가고 집에 박혀 울기만 한다.
친구들이 "여자 대머리"라고 놀리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머리카락이 무더기로 빠지기 시작, 불과 1주일만에 머리 한가운데에 지름 4㎝나 되는 구멍이 생겼다.
진단명은 스트레스성 원형탈모증. 유치원 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 영어, 미술, 발레, 수영, 골프, 스케이트, 태권도 등 학원 10여군데를 다닌데다, 올 여름 혼자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이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이다.
부산의 초등교 3년 박모(8)군은 서울서 전학한 후 머리가 빠지기 시작, 학교를 그만둔 채 치료를 받고 있다. 이모(10ㆍ초등교 5년)양은 스스로 머리카락을 뽑는 '발모벽'을 앓는 경우. 외동딸로 집안의 과도한 기대를 받으며 공부에 시달려온 것이 원인이다.
최근 초등학생은 물론, 취학전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탈모증이 급속 확산되고 있다. 탈모치료 전문인 경기 부천 홍정한의원의 경우 전체 환자 중 50% 이상이 어린이·청소년들이고, 서울대병원ㆍ중대필동병원 등에도 어린이 탈모환자가 하루 평균 3~4명씩 찾아오고 있다.
학계에서는 10년 전만해도 미미한 수준이던 14세 이하 소아탈모증 환자가 현재 전체 탈모환자의 15%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산 백병원 박성욱(피부과)교수는 "최근의 소아 탈모증은 놀이방 등의 일반화에 따른 부모와의 장시간 격리, 잦은 전학과 이사, 과도한 학원활동과 학업 스트레스, 부부싸움, 부모의 이혼 등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주 원인"이라며 "발병하면 정신과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데다 언제든 재발 가능해 스트레스 요인 제거를 통한 사전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초등학생 "골초가 돼가요"
학교화장실은 흡연실 호기심넘어 "기분 해소"
초등학생의 흡연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아파트 놀이터 등지는 물론, 학교에서까지 버젓이 '어른 흉내'를 내는 초등학생들이 적지않다.
대구 M초교 김모(28ㆍ여) 교사는 "얼마 전 학생 화장실 청소도중 쓰레기통 속에서 담배 꽁초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며 "동료들도 같은 경험들을 털어 놓았다"고 말했다.
서울 K초교 3년 이모(10)군은 "쉬는 시간이면 5ㆍ6학년 형들이 담배 피우느라 화장실에 못 들어오게 하거나 망을 보게 한다"고 말했고, 서울 S초교 6년 이모(13)군은 "우리 반에서 5명이 담배를 피우는데, 걸려도 꾸지람만 듣는다"고 전했다.
서울 J초교 장모(36ㆍ여) 교사는 "호기심많은 때라 한 아이가 피우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흡연이 확산되는 게 문제"라며 "몇몇은 이미 호기심 차원을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에게 담배를 파는 악덕상인들도 있다. 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는 "학교 근처에 담배를 개비당 50원씩 파는 곳들이 있다"고 귀띔했고, 실제로 서울 B초교 5년 박모(12ㆍ여)양은 "학교 앞 가게에서 검은 봉지에 담배개비를 담아 애들에게 파는 걸 보았다"고 전했다.
'myrest 청소년상담실(www.myrest.co.kr)' 한경숙(38ㆍ여) 실장은 "대부분 호기심에서 시작하지만 학교생활 부적응, 성적, 부모의 무관심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부모의 흡연 행동을 '역할모델'로 삼는 경우도 많다"며 "최소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가정과 학교에서 금연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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