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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밀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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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밀턴

입력
2000.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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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년 12월9일 영국의 시인 존 밀턴이 런던에서 태어났다. 1674년 몰(歿).셰익스피어를 빼놓으면 밀턴은 영어로 작업을 한 가장 위대한 시인일 것이다. 밀턴이라는 이름에서 사람들이 대뜸 떠올리는 작품은 장편 서사시 '실낙원'(1667)이다.

그 자체로도 뛰어난 이 작품은 왕정 복고와 시력 상실로 밀턴이 실의에 빠진 만년에 집필된 것이어서 더 값지다. 열두 권으로 이뤄진 '실낙원'은 구약 성서를 소재로 삼아 아담과 하와의 타락과 낙원추방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의 주제는 인간의 '원죄'다.

날랜 상상력과 섬세하고 장중한 언어로 아담, 하와, 사탄, 천사 라파엘 사이의 드잡이를 그린 이 무운시(無韻詩) 덕분에 성서의 실낙원 스토리는 가장 미려(美麗)한 옷을 입을 수 있었다.

밀턴은 젊은 시절부터 장편 서사시를 쓸 계획이 있었지만, 청교도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틈을 내지 못하다가, 만년에야 이 웅대한 시를 쓰게 되었다.

밀턴은 죽기 3년 전에, 광야의 그리스도가 사탄의 유혹을 이겨냄으로써 오래 전에 잃어버린 낙원이 인간의 마음 속에 회복되는 과정을 묘사한 서사시 '복낙원'을 출간해 '실낙원'과 짝을 맞추었다.

밀턴의 삶을 지탱한 두 개의 지주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청교도주의와 르네상스적 교육을 통해 얻은 인문주의였다.

크롬웰이 이끈 청교도 혁명 속에서 밀턴의 종교적 신념과 인문주의적 교양은 서로 합쳐져 역사를 움직이는 에너지가 되었다. 그는 크롬웰의 라틴어 비서관이 돼 엄청난 분량의 산문을 썼는데, 그 글들은 대체로 찰스1세의 처형을 지지하고 시민적 자유와 공화제를 열렬히 옹호하는 것들이었다.

왕정 복고로 그는 정치적으로 좌절했지만, 좌절한 노인 밀턴의 가쁜 숨결들은 문학사에 가장 커다란 글자로 기록되었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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