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윤리의 갈등은 인류가 직면해 온 가장 심각한 고민 중에 하나다. 과학이 인간의 끊임없는 지적욕구의 결과로 발전해 온 반면, 윤리는 인간이 자연 질서를 섭리로 생각하고 이를 넘어서는 것을 비인간적 행위로 비난한다.이와 같은 대립이 가장 첨예한 분야가 바로 인간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배아를 연구대상으로 한 생명공학 분야다.
서울 보건사회 연구원이 지난 6일 생명과학 보건안전 윤리법의 시안(試案)을 놓고 첫 공청회를 열었다. 이 공청회는 의료목적의 생명공학 연구에 대한 한계를 정하는 법률을 만들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것이어서 공청회 결과에 따라 생명공학에 대한 법적 장치가 마련 될 것이다.
우리가 생명공학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는 분수령이 될 시안이라 하겠다.
그런데 과학계와 의학계가 이 시안에 거센 비판을 가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 시안이 배아연구나 체세포복제 등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이어서 그대로 법률이 제정될 경우 생명공학의 국제경쟁 저하는 물론 질병치료목적의 의학적 활용도 크게 제한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생명공학 연구자들은 이 시안을 기준으로 할 때 지금까지 한국과학자들이 이루어 놓은 생명공학 연구실적이 모두 불법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생명과학의 윤리문제는 소홀히 다뤄서는 안된다. 하지만 생명과학과 생명윤리의 경계선이 시대를 초월하는 것으로 묶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예컨대 임신을 바라는 불임여성에게 생명공학 기술로 임신을 가능하게 하여 행복을 찾아준다면 그것을 생명윤리라는 이름아래 부도덕한 것으로 비난할 수가 있을까.
불치의 유전병으로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는 환자에게 간세포배양을 통해 건강한 삶을 줄 수 있다면 이를 비윤리적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생명과학과 생명윤리의 대립 문제는 어느날 하루아침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 인류가 존재하는 한 함께 가야 할 과제다.
국경이 없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우리의 규제가 어떤 사태를 초래할 것인지, 배아실험은 반대하면서 어엿한 생명체인 태아의 목숨을 끊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윤리를 상실한 생명공학의 발달이 인류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정부와 과학계 및 생명윤리론자들이 현실속에서 미래를 간파하는 혜안으로 토론을 계속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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