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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日 구단회관과 '역사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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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日 구단회관과 '역사의 심리'

입력
2000.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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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東京) 한복판인 치요다(千大田)구 황궁 북쪽에 구단(九段)이라는 지역이 있다.1867년의 메이지(明治) 유신 이전 260여년간 일본을 통치한 군사정권인 에도(江戶) 바쿠후(幕府)가 경사지에 9층 석단을 쌓아 저택을 지은 데서 나온 이름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이 석단을 남긴 채 길을 내고 언덕 위에 도쿄 쇼콘샤(招魂社)라는신사를 세웠다. 1879년에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바로 늘 말썽이 끊이지 않는 야

스쿠니(靖國) 신사이다. 야스쿠니 신사에서 500여m 떨어진 언덕 밑 연못가에 1934년 군인회관이 세워졌다. 군국주의 기운이 무르익어 워싱턴조약을 파기, 침략 전쟁을 위한 군비 증강의 신호탄을 올린 해였다.

1983년에는 구단회관으로 이름을 바꾸어 색깔을 희석시켰지만 지금도 일본유족회가 회관을 운영하고 있다. 자민당을 비롯한 일본 정계에 집요하게 압력을 행사, '함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연맹'을 만들어 낸 단체이다.

일반인들의 결혼식 피로연 등도 열리지만 아무래도 보수ㆍ우익세력의 이용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군군주의의 망령이 떠도는 듯한 구단의 음습한 분위기는 황궁과 야스쿠니 신사,구단회관이 빚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구단회관에서 8~12일 일제의 군대 위안부 동원 범죄를 따지고 정부 차원의 배상을 촉구하는 '여성 국제 전범 법정'이 열린다. 실행위원회는 숙박시설을 갖춘 데다 1,000여명이 들어가는 회의장의 이용료가 싼 것을 이유로 들었지만 역사 왜곡과 침략 전쟁 미화에 열을 올리는 세력의 본거지가 전쟁범죄 법정으로 선택된 것은 우연치고는 너무 공교롭다.

모처럼 하늘의 섭리를 떠올려 보며 일본 정부나 우익세력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황영식 도쿄 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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