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학생들의 학력이 크게 떨어져 교육과정과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지난해 38개 회원국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험에서 한국 중학생들은 수학 2위, 과학 5위를 차지했다.
미국 영국 등 구미 선진국들을 제치고 상위권을 차지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러운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과학성적의 현저한 저하는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번 과학시험에서 5위를 차지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는 같은 시험에서 1위였다.
기억에 의존하는 문항에 대한 정답률은 높았지만, 실험설계나 자료해석 등에서는 정답률이 낮은 것도 우려할 현상이다. 과목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자아개념 지표는 수학 32위, 과학 21위로 하위권이었는데, 특히 수학과목 호감도를 말해주는 긍정적 태도지표는 최하위였다.
우리 중학생들의 과학성적이 이렇게 떨어진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입시를 의식해 국어 영어 수학 과목에 치중하기 때문에 과학을 소홀히 하게 되고, 과학교육이 실험실습을 통한 원리의 이해보다 주입식 암기식 위주여서 학습단계가 올라갈수록 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학과 과학과목 호감도가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은 교과과정이나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의 교육제도는 공부를 안 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과외열풍을 막는다고 수능시험을 너무 쉽게 출제해 변별력이 상실되었고, 대학별 지필고사를 금지하는 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내년부터는 주 5일 수업제 도입을 위한 실험이 시작되며, 대학 무시험입학제가 시행된다. 대입 수능시험 성적을 입학사정의 보조자료로만 활용하고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입학사정을 하는 이 제도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안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막연한 의식을 심어주어 공부 안 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성공은 지구상에 유례 없는 교육열 때문이었다. 그 비결을 배우러 오는 나라도 많은데, 이제는 아시아의 경쟁자들에게 밀려나고 있다. 국운을 건 학습진흥책 없이는 5위 자리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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