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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것들이 역사 / "전후 공포 잊으려 환각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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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것들이 역사 / "전후 공포 잊으려 환각제 개발"

입력
2000.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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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히키 히로시 지음/ 자작 발어떤 이들에겐 고어 미 대통령 후보의 고투보다 그룹 god의 일거수일투족이 더 유의미할 수도 있다. 알고 보면 인류사 자체가 그런 것이라고 프랑스 아날학파나 문화인류학은 역설한다. 모든 사물은 하찮은 일상과 우연 속에서 필연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역사학자 와타하키 히로시(綿引弘) 는 한술 더 뜬다. '사소한 것들의 역사'는 누구나 일상에서 접하는 사물 53가지를 예로 들어, 그것들이 인류 생활사의 실제적 동인이라는 사실을 조목조목 증명하는 책이다. 질병 금속 식품 공산품 기호품(이상 1권), 에너지 교통 기술 직물정보통신(이상 2권) 등 10종류의 사물로 나눠 인간의 역사를 설명한다.

중세 유럽을 유린한 흑사병은 봉건제를 와해시켰고, 16세기 스페인과 아즈텍간에 벌어졌던 잔혹한 전투의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강력한 환각물질이 생겨났다.

스포츠는 죽은 전우를 위로하기 위해 전차경주, 권투, 활쏘기 등을 벌이던 고대 그리스의 습속에서 유래했다. 대 항해 시대에 유럽인들이 남미의 원주민들을 무참히 죽였던 이유 중 하나가 '검은 금'이라 불리던 고무였다.

도로는 지방의 반란을 신속히 진압하기위해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대왕이 만들어낸 것이다.

19세기 기화된 가솔린에 불이 붙어 발생한 유럽의 한 화재는 가솔린 엔진 발명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자동차발명으로 이어졌다. 1856년 최초의 합성연료가 탄생한 것은 말라리아의 특효약 키니네의 제조 실험 도중이었다.

바퀴 석탄 석유 원자력 등을 상술하는 대목에서는 동력원을 찾아 헤맨 인류의 노력이 생생히 느껴진다. 반란군 진압을 쉽게 하기 위해 고안된 도로가 이후 운하와 철도 등 교통망으로 이어진다.

또 책은 불국사 석가탑의 다라니경과 일본 호류사의 경문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오래된 것인지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13세기 전반 고려의 상정고금예문은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보다 200년 앞선 것이라고 밝힌다.

19세기 전반부까지도 유럽 하류계급의 평균 수명은 15세였다든가, 욕조와 변기가 나란히 있는 구조는 대소변통과 욕조를 나란히 두던 17세기 중엽 프랑스 상류 계급의 습속에서 비롯했다는 등 알아두면 짭짤한 자투리 역사 지식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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