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신문에 소개하기에는 제목부터 꺼려지는 '아메리칸 핌프(American Pimp)' (폭스, 18세)이다. 미국 포주 이야기라니. 처음부터 끝까지 야한 장면으로 도배되었거나, 창녀를 착취하는 악독 포주의 엽기 행각을 담은 흥미 본위 영화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 때문이다.그러나 '아메리칸.' 는 흑인 형제 감독 알렌과 알버트 휴즈가 1999년 선댄스영화제에 출품하여 다큐멘타리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화제작이다. 휴즈 형제는 월남전에 참전했던 흑인 남성이 사회에 복귀하여 저지른 범죄를 통해 흑인사회 문제를 짚었던 '데드 프레지던트' 로 주목 받은 바 있다.
'아메리칸.'는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전현직 포주 16명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포주의 기원, 스타일, 국제적 사업, 왜 창녀에게 포주가 필요한가 등 10개의 소제목으로 이 세계를 고찰한다. "태초로부터의 사업이며, 이 행성의 불이 꺼질 때까지 계속될 사업" 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포주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생각을 읽고자 한 것이다.
영화는 성조기가 휘날리면서 포주에 대한 일반인의 의견을 듣는 거리 인터뷰로 시작된다.
포주란 직업은 윤리의식이라곤 조금도 없는 흑인 남성들이 주로 하는, 신을 배반하는 행위라는 부정적 답변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포주들은 다음과 같이 항변한다.
"막달라 마리아가 창녀란 사실은 예수도 아셨다" "빈민가 흑인들에겐 중상층 생활을 가능케하는 흔치 않은 직업이다" "의사, 변호사를 보지 못하고 포주, 마약꾼만 보고 자라 이를 동경하게 되었다" "신에겐 잘못했는지 모르나 인간에게 심판받을 이유가 없다" "누구에게도 해를 안주는 공공 서비스업이다"
사회 진출의 길이 막힌 흑인 남성들이 어쩔 수 없이 택한 돈 잘 버는 떳떳한 직업이라는 뉘앙스로 가득하다. '아메리칸.' 을 보고 가장 분노할 계층은 여성일 것이다. 사랑에 굶주린 빈곤 계층 여성들이 창녀가 되겠다고 찾아오는데, 이들은 돈과 몸 관리를 못하므로 의사에게 간호사가 필요하듯, 포주가 관리해주고 허전한 마음을 위무해 주어야 한다고 답하기 때문이다.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소수에 대한 관심은 나쁘지 않지만, 포주업을 변명하고 합리화하는 데 치우쳐, 매춘업의 본질까지 호도하고 있는 점은 이 영화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감상포인트/교차편집의 묘와 다양한 배경 음악, 소재 확산은 다큐멘타리의 지평을 넓힌 공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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