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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 사법시험정원제 유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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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 사법시험정원제 유지해야 하나

입력
2000.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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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합격자 정원제는 과연 필요한가. 법무부가 정원제를 유지키로 한 사법시험법 제정안을 확정한데 대해 최근 참여연대가 반대성명을 내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사법시험법 제정안은 지금까지 사법시험의 근거가 된 사법시험령을 대신하는 법률로 10월말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현재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정원제 폐지론자들은 국가가 변호사 정원을 인위적으로 정함으로써 변호사들이 시민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 보다 독점적 이익과 특권적 신분의식에 젖어 권력집단화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유지론자들은 정원제가 폐지되면 합격자 수가 들쭉날쭉해 수급불균형을 낳을 수 있고, 정원을 없애려면 법학 교육과 실무연수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찬성] 절대평가시설 법조인 수급부족 초래

우리나라는 반세기가 넘도록 모법(母法)도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령인 사법시험령에 근거를 두고 사법시험을 시행해왔다.

법조인력 양성이 국민의 인권, 재산상 권리렝퓜タ?관계가 깊다는 점에서 사법시험제도가 국민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점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의사 군법무관 세무사 변리사 등 국내 각종 국가자격시험이 모두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가장 중요한 시험인 사법시험만 대통령령에 의해 시행되는 것은 국가자격시험의 권위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심히 부당하다.

더욱이 사법시험(고등고시 사법과 포함)을 행정기관인 행정자치부(옛 총무처)가 관장한 것을 두고도 법조계에서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법조 관련 기관이 아닌 행자부가 법조인력을 선발하는 시험을 관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 뿐 아니라 현대 민주국가의 구성원리인 삼권분립 원칙에도 크게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법무부는 사법시험법제정특별분과위원회를 구성, 그동안 사법개혁추진위원회 및 규제개혁위원회를 비롯한 법조계 학계 등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현행 사법시험령을 대체할 사법시험법과 그 시행령의 제정을 추진했고 현재 동법은 국회에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시민단체가 사법시험의 선발인원과 관련해 사법시험은 자격시험이기 때문에 절대평가에 의해 선발해야 하고 따라서 사시 정원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런 주장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 먼저 절대점수제로 선발하던 1970년 이전을 회고해볼 필요가 있다.

그 당시에는 본 시험인 2차 시험에서 60점 이상 득점자들만 합격했다. 그러나 합격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매우 심각한 법조인 수급부족을 초래하였다. 그 후유증은 지금도 남아있어 우리나라에서 법조인수가 부족한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현실적으로도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의 실무교육을 통해 이뤄지는 현행 법조인양성제도하에서는 사법연수원의 교육여건과 수용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절대점수제로 선발하기 위해서는 시험문제의 출제와 채점의 객관화를 통한 시험제도의 개선과 함께 법학교육제도와 실무연수제도 등의 전반적인 개혁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構?있다.

참고로 시민단체와 방송사 등이 주관한 한 여론조사에서도 전문가, 일반인 할 것 없이 모두 절대점수제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그러나 과거 절대점수제에서의 시행착오 경험을 살리고 법학교육의 현주소, 법조인의 수급계획, 사법연수원의 수용능력 등 여러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여 단기적으로는 어쩔수 없이 현행제도를 유지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위와 같이 여러 조건이 개선럭냘促풔?것을 전제로 하여 절대점수제에 의한 선발도 신중히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유종원 변호사

[반대] 법조인에 독점적 이익.특권의식 부여

법은 모든 국민이 공유하는 공공재이다. 국민을 위하여 존재하는 국가사회는 국민이 그 주인이 되고 국민에 의하여 운영되는 법을 통하여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법체계는 이 당연한 요청에 낯선 존재가 되어 있다. 법은 소수의 법조집단에 의하여 독점되고 그들의 권력욕구와 권위의식에 의하여 이리저리 재단됨으로써 주인이어야 할 국민을 그들과 일부의 권력자들에게 종속시키는 수단에 머물러 왔던 것이다.

그동안 민주적 법치주의의 실천을 목표로 시민사회에서 부단하게 제기되어 왔던 사법개혁논의는 바로 이 부분에 대한 거센 항의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그 핵심에 일제시대 이래 굳건하게 유지되어 왔던 법조의 독점체계를 무너뜨리고 사법서비스의 질과 양을 상향조정하자는 요청이 자리잡고 있다.

일제의 고등문관시험제도를 그대로 답습한 사법시험정원제는 이 점에서 우리 사회의 법문화를 퇴행시키는 암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오늘날 법체계의 차이와는 무관하게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법조, 특히 변호사를 국가의 법을 집행하는 관료가 아니라 시민의 법적인 요구를 대변하는 전문가로 이해한다.

그래서 변호사자격을 부여함에 있어서는 국가가 그 수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원리에 의하여 시민사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만드는 장치를 채용한다.

일정한 교육과 훈련을 받고 소정의 법능력과 윤리의식을 갖춘 자라면 누구나 변호사가 될 수 있게 하면서 그들이 사회내부의 법률수요에 맞추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게 만드는 구조를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일제의 전체주의적 사고를 무비판적으로 이어 받으면서 법집행자로서의 판검사와 법률전문가로서의 변호사를 전혀 구분하지 않은 채 이들을 하나의 동질적인 권력집단으로 묶어두고 그들에게 독점적 이익과 특권적 신분의식을 부여함으로써 그들을 통하여 법을 농락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자격시험이어야 할 사법시험을 임용고시와 같은 정원제방식으로 변질시켜 버리고, 모든 법조인들을 사법연수원이라는 일종의 사관학교에 편제시켜 훈육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법조인들은 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수요를 대변하기는 커녕 오히려 법조비리의 예에서 보듯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법을 자신들의 사유물로 전환해 버리는 파행적 법문화를 양산하는 주축이 되어 버렸다.

엄밀히 보아 사법시험의 정원제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국민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정원제 때문에 등위에 들지 못하면 변호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정원제는 법이론적 측면뿐 아니라 우리나라 법문화의 파행성을 초래하고 법으로부터 국민들을 소외시키는 최대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유산인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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