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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언브레이커블'

입력
2000.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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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안다치다니 …난 그럼 불사신인가"'언브레이커블(Unbreakable)' 은 영웅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영웅의 행위 보다는 영웅임을 자각하게 되는 과정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여기에 영웅과 반영웅은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앞 뒷면처럼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보완적 역할이다. 나이트 샤말란은 이번에도 자신의 영화가 많은 할리우드 영화 중의 하나에 포함되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의 영웅 영화는 느와르적이지도, 액션영화 같지도 않고 샤말란적일 뿐이다.

131명이 사망한 열차사고에서 살아남은 데이비드 듄(브루스 윌리스)은 '리미티드 에디션' 이라는 화랑을 운영하는 엘리야 프라이스(새뮤얼 잭슨)를 만난 후에도, 그가 "대체 아파본 게 언제냐" 는 질문에 "기억에 없다" 고 답한 후에도 자신이 좀처럼 몸에 상처를 입지 않는 일종의 불사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는 대학 재학중 자동차 사고로 선수생활을 접었다. 그리고 경기장의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그 때 사고에서도 손끝 하나 다치지 않았지만 당연한듯 선수생활을 그만뒀다.

알수 없는 우울감에 빠져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은, 그래서 열차에서 만난 여자에게 어떻게 말이라도 붙여보려 애쓰는 그저 그런 가장일 뿐이다. 오히려 그에게 영웅이 되길 재촉하는 것은 어린 아들 조셉 (스펜서 트리트 클라크)이다.

브루스 윌리스는 영화를 고르는 안목만으로도 다른 액션 배우들과는 차별성을 갖게 됐다.

'식스 센스' '나인 야드' 등 일련의 변신의 움직임은 '언브레이커블' 에서의 우울한 소시민 연기로 더욱 빛난다. 단순히 스쳐가는 것만으로도 그의 과거지사를 보게 되는 브루스 윌리스는 마치 신내림을 하지 못해 시름시름 병을 앓는 예비 무당같다.

온 몸의 뼈가 부러져 태어났고, 이후로 툭하면 온몸이 부서지는 '미스터 글래스' 역을 맡은 사무엘 잭슨과 절대 다치지 않는 '언브레이커블' 의 관계는 영화 후반부에 결말로 부각된다.

영화의 무게 중심을 결말에 배치하는 '식스 센스' 의 방식은 신선하긴 하지만 감독은 이제 새로운 극의 구조를 모색할 때가 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언브레이커블'을 가장 재미있게 보는 방법. '식스 센스'를 보지 않거나 보았더라도 아예 잊어버리는 것이다. "대체 이번에는 또 어떤 깜짝 쇼냐" 는 대결 심리로 영화를 보면서 감독과 지능싸움을 벌이면, 견고하게 짜인 드라마의 묘미를 놓치고 만다.

박은주기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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