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탁환(32)씨가 17세기 조선시대를 다룬 묵직한 장편소설을 또 한 편 발표했다.'압록강'(전3권ㆍ열음사 발행)은 '불멸'(1998)과 '허균, 최후의 19일'(1999)에 이은 그의 조선 중기 역사소설 3부작의 완결편이다.
요즘 젊은 작가로서는 드물게 김씨는 우리 역사의 소설화로 현실의 문제를 돌아보는 힘든 작업에 진력해왔다. "역사는 차갑다.
이미 일어난 사건과 인물들의 나열 뿐인 냉혹한 역사에 그 인물들이 겪었을 숱한 고민과 불면의 나날을 되살리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이 말처럼 그는 단순한 역사의 복원이나 야담의 짜집기 정도로 폄하되는 역사소설에 생생한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불멸'에서 이순신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허균, 최후의 19일'에서는 허균을 통해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각각 다루었던 김씨는 '압록강'에서는 임경업을 통해 '혼돈의 시대 인간의 선택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추적한다.
17세기는 명, 청의 교체기다. 당시 정묘호란으로 발생한 조선의 혼돈은, 미국 주도의 '세계화'를 겪고 있는 2000년 말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5명이다. 젊은 장수 임경업, 청에 항복해 '강 오랑캐'로 불리는 치욕을 당했지만 조선을 전쟁의 불바람에서 구했던 강홍립, 폭군이면서 탁월한 외교정책을 펼쳤던 광해군, 인조반정을 주도했지만 하찮은 실리를 얻는 데 그쳤던 최명길은 실존 인물이다.
작가는 이들 외에 '교몽'이라는 인물을 창조해 활빈당의 두령으로 활약하게 한다. 이들의 고뇌를 통해 한 시대의 본질적 문제를 건드리는 그의 문장은 감동과 재미, 교훈을 함께 준다. 17세기 이후 전해온 역사적 인물에 대한 구전설화를 모두 엮고, 관련 사료를 섭렵한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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