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벤처기업협회가 주관한 '한민족 글로벌 벤처네트워크 2000' 행사가 본격 개막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는 이른 아침부터 국내 벤처 CEO들이 몰려들었다.이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회의 시작 전부터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계 벤처CEO 들을 찾아 다니며 명함을 건네주기 바빴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수 있을 정도의 스타급 벤처 CEO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한 인터넷 솔루션업체 대표는 다른 일정은 모두 제쳐놓고 아침부터 해외 벤처 CEO 주변을 맴돌며, 말붙일 기회를 엿보기도 했다. 해외거주 CEO들과 잠깐이나마 따로 만나 보려고 그들의 임시 휴대폰을 분주하게 눌러대거나, 참석자 명단을 뒤적이는 모습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하지만 해외 인사들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접근하는 국내 벤처 CEO들에게 간단한 수인사만 건넬 뿐, 깊이있는 대화시간을 내주지 않았다. 아예 임시 휴대전화를 꺼놓는 등 만남을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투자유치나 사업제휴를 원하는 국내CEO들의 동상이몽은 기조연설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한 해외거주 CEO는 "머니게임"에만 집착하고 신뢰감이 들지 않는 한국 벤처에는 솔직히 투자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며 "사업상의 만남은 일체 갖지 않을계획"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날 오후 행사장 한 켠에 마련된 국내외 벤처CEO간 제휴의 장도 대부분 국내 벤처 대표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썰렁한 모습이었다.
"해외에서 갖은 고생 끝에 성공한 한국계 CEO들이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도덕적 해이에 빠져있는 한국벤처 업계에 투자할 마음이 들겠느냐"는 행사 관계자의 푸념에서 한국 벤처의 현 주소를 보는것 같아 씁쓸했다.
황종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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