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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윤리' 공청회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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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윤리' 공청회 찬반 팽팽

입력
200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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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성 "배아복제 더 엄격히 규제를" 반대 "생명과학 포기나 마찬가지"'생명윤리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4일 법제화를 추진중인 생명과학보건안전윤리법(가칭) 시안을 발표하고 6일 '생명과학 관련 보건안전윤리 확보를 위한 공청회'를 가지면서 그 동안 시민단체들이 규제를 강하게 주장했던 것과 반대로 연구자들은 위기감을 표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보건사회연구원의 시안은 어느 나라보다 보수적이고 엄격한 편이다.

생명공학 연구자들은 "이 시안대로라면 우리나라 생명공학은 끝났다"라고 잘라 말한다. 반면 시민ㆍ종교단체들은 뒤늦게나마 정부가 이런 시안을 마련한 것을 환영하고 더 엄격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용역을 맡은 보건사회연구원 이의경 연구위원은 공청회 주제발표를 통해 "시안은 인간복제는 물론 인간과 동물의 세포융합, 배아의 유전자조작과 그 복제, 상업적 목적의 배아ㆍ정자ㆍ난자ㆍ대리모 이용을 모두 철저히 금지했으며 위반사항에 대해 신체형과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현재 연구중인 배아간세포 연구, 치료용 배아복제, 동물장기를 이용한 인공장기 생산이 모두 불법이 된다.

연구ㆍ시술이 가능하려면 국가생명안전윤리위원회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별적 허용은 기준이 모호하고 과학연구의 특성상 부수적으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부터 봉쇄하는 꼴이라 포괄적 금지나 마찬가지라는 게 연구자들의 시각이다.

세계 최초로 냉동수정란 간세포의 심근세포로의 분화능력을 확인하는 데 성공한 산부인과 전문 마리아병원 박세필 박사는 "개체복제 금지에는 전적으로 찬성하나 임신 외 목적으로 체외에서 배아를 만드는 행위를 금지한 13조 1,3항은 연구자로선 심히 실망스러운 조항이다.

이는 치료용 배아복제와 냉동배아를 이용한 간세포 연구를 아예 금지한 것이다. 우리가 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상실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안의 가장 큰 맹점은 생명체의 시작을 수정 직후로 볼 것인지, 수정 14일이 지난 배아단계 후부터 볼 것인지 규정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규정 없이는 국가생명안전윤리위원회가 가동하더라도 연구가 허용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시민단체의 반발로 과기부가 위촉한 생명윤리자문위원회에서도 빠졌다"며 "전문가 의견을 배제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연구자도 "국가는 과학기술의 육성과 윤리ㆍ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의 위험성에 대비해 개발 자체를 제한한다면 그 국가의 미래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21세기 최우선 과제인 생명공학의 경쟁력을 상실하고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할 우리의 미래가 암담할 뿐"이라고 한탄했다.

이 관계자는 "보수국가로 불리는 영국조차 생명공학 연구를 허용하는 제도를 마련한 터에 우리 법 시안은 경쟁국들이 바라는 바를 알아서 들어준 꼴"이라고 말했다.

6일 공청회에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과학기술부 생명환경기술과 배태민 서기관도 "영국, 미국, 일본 등이 잇달아 배아 연구를 허용하고 있는 국제적 추세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종교단체 등에서는 여전히 "어떤 목적의 배아 연구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즉 생명안전윤리위원회의 동의에 의해 연구 허용의 여지를 열어둔 것조차 문제라는 시각이다.

가톨릭환경연대 박흥렬 기획실장은 공청회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순간부터 존엄성을 가진 생명체가 시작되는 것이므로 치료 목적이라 하더라도 배아 복제ㆍ조작 등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환석(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소장) 국민대 교수는 "이러한 다양한 의견에 대해 민주적으로 수렴절차를 거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 입장이 달라 합의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민주적으로 다수의 의견을 반영한 법안이라면 따를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적 절차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사실상 생명윤리성 문제는 절충이 어려운 가치관의 대립이라는 점에서 논쟁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또 생명의 시작을 언제로 규정할 것인지를 명시하지 않은 법안은 설사 통과된 후에도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김희원기자hee@hk.co.kr

*복제, 이것이 궁금하다

난치병 치료하는 幹세포 배아단계서만 추출가능

▲ 생명과학보건안전윤리법(가칭)이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규제없이 실험이 진행돼 왔다는 뜻인가?

-법규제가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실정이다. 이 법안은 복제와 인공수정, 유전자 정보보호, 유전자 치료, 유전자 변형생물체 등 생명공학 분야의 안전과 윤리를 포괄적으로 다룬 최초의 본격적인 윤리법안이다.

15대 국회때 의원들이 이러한 내용을 추가한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육성법 안에 규제 항목을 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혔고 회기를 넘겨 자동폐기됐다.

▲ 법안이 논란을 일으키는 핵심은 무엇인가?

-인간 배아도 인간이라는 입장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시민ㆍ종교단체 주장과, 연구는 허용하되 무분별한 남용을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학계의 입장이 맞붙고 있다. 판단은 생명체의 시작을 수정 직후로 볼 것이냐, 수정후 14일 이후로 볼 것이냐에 달려있다.

▲ 문제가되고 있는 배아란 무엇인가?

-정자와 난자가 수정한 후 14일까지 수정란은 장기와 조직으로 나뉘지 않는 세포덩어리인데 이것이 배아다. 배아 이후에야 척추로 자라는 원시선(Primitive Streak)이 생기는 등 생명체(태아)로 볼 수 있다는 게 학계의 공인된 시각이다.

▲ 배아가 왜 중요한가

-배아 단계에서 간(幹)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데 간세포는 장기생산, 난치병 치료 등을 가능케 할 21세기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간세포는 모든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만능세포이면서 죽지 않고 세포분화를 거듭하는 불멸의 세포이기 때문이다.

배아 간세포를 조작해 장기를 만들면 모자라는 장기기증 순서를 기다리다 죽어갈 환자를 구할 수 있고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손상된 뇌를 정상 뇌세포 이식으로 복구할 수 있다.

이러한 간세포 분화 연구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연구분야 중 하나다.

▲ 복제는 무슨 관련이 있나

-간세포가 치료 목적으로 이용될 때 체세포 복제기술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다른 사람의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을 빌릴 필요 없이 자신의 체세포를 복제하면 자신과 유전적으로 똑같은(즉 거부반응이 없는) 수정란이 되는 셈이어서 다시 자신에게 이식하는 시술이 가능해진다.

체세포 복제란 생식세포가 아닌 일반 세포를 핵을 뺀 난자에 넣어 개체로 성장시키는 첨단 생명과학기술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법안은 임신 외 목적의 배아를 만들고 연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이 연구가 불가능하다.

▲ 우리나라의 연구 수준은 어디까지 와 있나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체세포 복제기술로 젖소를 복제하고, 사람 귀세포에서 복제한 배아 배양 등에 성공해 세계 특허를 출원했다.

마리아병원 박세필 박사는 냉동수정란으로부터 심근세포를 생산하는 등 세계 선진국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거의 동등한 수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어느 나라가 장기이식 또는 난치병치료 수술대를 먼저 차릴지는 점치기 어렵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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