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작은 가정서… 상영은 인터넷서영화는 예술과 산업이라는 두 영역에 발을 딛고 있다. 할리우드가 영화 세상을 평정한 이래 영화는 더욱 '장치 산업'이 되어 갔다..그러나 화려하고 웅장한 스케일,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장면의 구현이 반드시 돈으로만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돈'이 없어 영화를 못 만든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인터넷 영화상연관 ifilm에서 상영되고 있는 가내 수공업적 영화를 보면 더욱 그렇다.
미국의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차 한대, 그러나 속도가 주는 쾌감도 잠시, 운전자는 곧 아메리칸 에어라인 DC-10기가 착륙을 시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눈 깜짝할 새 비행기는 차 위에 내려 앉고 차 타이어는 바람이 빠진다. 여기에 할머니 운전자가 등장 점입가경이다.
2분 28초의 아주 짧은 영화 '405'이지만 영화가 주어야 하는 짜릿한 즐거움이나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는 손색이 없다.
비행기까지 동원된 이 영화의 제작비는 단돈 300달러이다. 제작기간은 14주. 다른 직업을 가진 감독들은 "일과 후나 주말에 만들었다. 촬영에 이틀, 나머지 기간 내내 효과에 매달렸다"고 전했다.
영화를 만든 브루스 브래닛(33), 제레미 헌트(26)는 'X-파일' '스타 트렉' 등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효과맨이다. 영화에 쓰인 기자재는 '캐논 옵튜라' 디지털 카메라와 펜티엄3 컴퓨터, 3D 애니메이션에 쓰이는 '라이트웨이브', '디지털 퓨전' 등 기존의 소프트웨어다.
이들이 만든 영화는 벌써 292만명이 관람했으며, 비디오 테이프로도 만들어져 9.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 킬러 빈 2' 역시 엄청난 물량을 쏟아 부은 메이저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만큼 기발한 발상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콩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액션 애니메이션으로 오우삼 감독의 '킬러'에 바치는 일종의 '오마쥬(헌사)'다. 화려한 총싸움과 '매트릭스'의 스톱플로모션까지 기발한 발상으로 7분21초의 짧은 애니메이션이지만 감칠 맛난다.
영화를 만든 제프류는 콜럼비아대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애니메이션을 배웠다. 얼마 전 개봉한 '엑스맨' 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하기도 했다. 그는 "1,500달러 짜리 소프트웨어까지 합치면 3,000달러쯤 들었지만 돈은 3년간 하루 2시간씩 투자한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가 사용한 소프트웨어는 3D 애니메이션에 '애니메이션 매스터 7.1', 그래픽편집에 포토샵 5.5' 등을 사용했다. 유별날 것이 없는 소프트웨어다. "오우삼 팬"이라는 그는 "재미있으면서도 돈이 적게 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영화는 결코 아마추어 수준이 아니다. 이제 가정에서는 과자나 빵뿐 아니라 영화와 애니메이션도 수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홈 프로덕션'은 디지털 카메라와 큰 용량의 컴퓨터, 발랄한 상상력이면 족하다.
박은주 기자
jupe@hk.co.kr
*"제작비 많이드는 블록버스터 사라질것"
ifilm은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CNET'의 창립자인 케빈 웬들이 1998년 만들었다. 180명의 직원이 있으며, 'ifilm'(www.ifilm.com )에서는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고, 'ifilmpro'는 유료 사이트로 운영된다.
루크 맥도너(27) 수석부사장을 만났다.
-어떤 영화가 인기가 있나.
"'섹시'라는 단어나 코믹한 영화들이다"
-닷컴 기업 위기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무료로 영화를 상영하는데 수익은 어디서 나오나.
"5월 이전 소니 등으로부터 3,5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하는 등 이미 6,0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이미 AMC극장 등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위성 채널을 사서 영화쇼를 할 생각이다."
-웹에 올리는 것이므로 디지털 영화가 많겠다
"디지털이 많아지는 추세이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은 컴퓨터 화면이 작아 관객들은 화질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일년 이내에 독립 영화들은 대부분 디지털로 작업할 것이다."
-앞으로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이제는 마케팅, 배급 등 예산에 대한 부담을 적게 하기 위해 독립영화를 만들고 웹에서 상영한다. 흥미로운 것은 재미있는 영화를 영화관에 가지 않고 집에서 개봉일자에 맞춰 볼 수 있다면 영화 관람료 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한 설문이다. 엄청난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들이는 블록버스터의 유행은 곧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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