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택시를 타니 운전사가 흥분을 했다. "도대체 언론은 뭐하는 겁니까.국회의원들이 세비를 13.4%나 올렸는데 쓰지도 않고, 서민들은 죽어나는데 정치인과 짝짜꿍이 되서 그래도 되는 겁니까."약간 놀라서 반문을 했다. "신문에 났지요. 비판도 했고."
"백지영 비디오나 최진실 결혼은 쓰고 또 쓰면서 왜 세비인상은 한번만 씁니까. 고칠 때까지 써야지. 중요한 것은 안 다루고 요상한 것만 자꾸 방송하는 이유가 뭡니까.
" 대개 그렇듯 그도 신문과 방송을 뒤섞어 가며 싸잡아 비판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다 수긍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회사에서 구조조정되어 택시를 몰고 있다는 조(39ㆍ경기 성남시 은행동)씨가 흥분하는 이유는 알 수 있었다.
그렇다. 신문은 보통 한번 다룬 기사는 다시 쓰지 않는다. 올해 세비 인상을 보도(11월30일자)한 후 독자투고나 인터넷 여론마당에 비판의 소리가 높았지만 어느 덧 세비인상은 연말이면 돌아오는 연례행사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여론독자부는 독자의 말에 귀기울여야 하는 곳이라, 세비인상을 상세히 다루기로 했다.
사실 이번에 인상되는 것은 세비만이 아니라 공무원 전체의 임금이다. 국회의원들의 세비가 두드러져 보였던 것은 공무원들은 지난 8월과 10월에 봉급조정수당이라는 이름으로 9.7%를 인상하고 이번에 다시 6.7%를 인상받은 반면 국회의원은 별도의 예산이 잡혀있지 않아 인상분이 한꺼번에 잡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난해말 공무원들은 임금동결을, 국회의원은 세비동결을 했다고 발표만 했을 뿐 2년의 몫을 13.4%로 동시에 보상받은 것은 같다.
삼권분립이라 하여 입법부인 국회와 행정부인 정부는 별개의 조직으로 균형과 견제를 이룬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임금에 관한한 공무원 봉급으로 똑같이 묶여있다.
물론 외형은 삼권분립을 따라간다. 국회의원 세비는 국회 사무처에서, 행정부 공무원은 정부부처에서 예산안을 내면 행정부 기획예산처에서 예산편성을 하고 그 내용을 국회에서 표결한다. 국회의원 세비인상은 국회 운영위에서, 다른 공무원 임금은 소관 상임위에서 심의한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그러니 제 몫이 관여된 임금 인상을 국회가 얼마나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며 표결권을 가진 국회의 예산안을 정부가 얼마나 엄격하게 재단할 수 있을까. 이 점은 세비보다도 덩치가 큰 사업비를 보면 확연히 느껴진다.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은 의원수 감축으로 사라진 보좌관의 임금 정도이고 의원외교활동 및 국제회의비는 30.6%나 늘었다. 여론의 질타만 없다면 내 손에 든 돈, 내 주머니로 옮기듯 쉬운 일이다.
그러니 문제는 연말마다 등장하는 세비 인상 그 자체가 아니라 국회 예산 결정 방식에 있다.
이렇게 비효율적인 국회라면 예산을 발의해서 통과하는 절차 자체를 삼권분립의 정신에 맞게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독자들에게는 국회의원의 세비만 탓할 것이 아니라 장관과 차관등 고위각료들의 봉급은 2년만에 13.4%가 오른 것이 정당한 지를 평가해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수많은 실직자를 양산하면서 구조조정이 늦어서, 기업이, 개인이 경쟁력이 없다고만 할 수 있는가. 집안이 어려우면 부모가 제일 먼저 굶는다.
서화숙 여론독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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