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무대의 반항아 기국서씨가 이번에는 셰익스피어의 '맥베드'에 도전한다. 원작은 중세의 음침함과 현대 전쟁판의 자욱한 살육이 중첩된 '2001 맥베드'로 살아온다. 그러나 전체 기조는 코믹 패러디다.왕권 찬탈의 불길한 암시, 쿠데타 세력간의 내분, 부인의 충동질, 파멸 등 원작의 기조는 따랐다. 그러나 쿠데타 동지인 뱅코우와의 반목, 그의 목을 잘라와 요리한다는 엽기적 상황, 요리 장면에서의 뜬금없는 사물놀이 가락 등은 이 시대 관객의 정서적 소구력을 계산한 결과다.
이번 무대에서는 80년대 일련의 '햄릿' 시리즈로 고전의 재해석에서 선구적 업적을 축적해 온 연출가 기씨의 연출적 상상력이 빛을 발한다. 기관총 난사 장면 등에서 관객들은 전쟁영화 '플래툰', SF 스릴러 '매트릭스'에서 본 듯한 기시감(旣視感)을 맛볼 것이다.
쿠데타 세력의 자중지란 대목에서 우리 관객들은 80년 초 한국 쿠데타 집단의 좌충우돌 양상을 읽어낼 수도 있다.
이번 무대는 친목단체였다 지난 1월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한 연극배우협회(회장 최종원)가 처음으로 내놓는 회심작이기도 하다.
회장 최씨를 비롯, 이정섭 등 중견배우들이 출연, 익히 알려진 코믹 캐릭터를 펼치는 것은 그래서다. 협회가 문화 게릴라 이윤택씨에게 각색을 의뢰, 평소 이씨와 친분 있던 기씨에게 연출을 부탁한 것이다.
그렇다고 코믹한 상황으로 치닫지만은 않는다. 맥베드의 부하들이 레이저총 등 첨단 무기로 도륙을 벌이는 섬찍한 장면은 '버남의 숲이 맥베드를 끝장낼 것'이라는 마녀들의 예언을 현대적으로 읽어낸 데서 비롯한다.
연출가 기씨는 "원작의 해체, 고전의 감각적 변용이 어떻게 이뤄질 지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맥베드 역에 김병옥, 레이디 맥베드역에 한보경을 비롯, 조상건 문용철 정진각 등 중견들이 살육의 현장에 투입된다. 10일까지 호암아트홀. 화~금 오후 4시 7시, 토ㆍ일 오후 3시 6시. (02)751-9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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