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을 재고하라며 되돌려보낸 연방 대법원의 결정은 정치적인 파장을 의식, 고심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날 대법관 9명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7쪽짜리 판결문의 골자는 주 대법원이 어떠한 근거에서 지난 개표결과 보고시한을 연장, 최종 집계에 포함시키도록 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고 "주 대법원의 판결이 무효"라고 판시했다.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표면적으로 볼 때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플로리다주 재검표 결과, 부시 후보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 보다 더 얻은 표가 지난 달 26일 공식 인증된 537표가 아니라 그 전인 17일 자정 마감된 부재자투표를 포함한 개표 결과인 930표임을 확인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주 대법원의 논리를 완전히 기각하지 않고 의문을 표시하는 수준에서 적절한 절차를 밟으라고 함으로써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주 대법원에게 플로리다 선거법 해석과 선거인단 선출과 관련된 연방법, 헌법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하라며 또 한번의 기회를 주면서 연방 대법원은 주의 쟁송에 대한 직접개입을 피한 절묘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이전 판결이 연방법의 근거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가 모호하기 때문에 연방대법원이 다룰 사안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방 대법원의 이날 판결은 사건의 종결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더욱 키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은 고어 후보에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법적 뒷받침을 강화할 기회를 주었다. 반대로 연방 대법원의 불분명한 결정은 부시 후보에게 승리를 선언할 기회를 늦추었지만 명분싸움에서는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게 했다.
대법관들이 서명을 하지않은 것도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것은 만장일치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개개인 대법관들의 총의라기 보다는 단지 법원의 의견을 표시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대법원으로서는 이 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을 결정할 준비가 안됐기 때문에 하급심으로 보내고 다시 한번 심리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에 따라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양측에 5일 오후 3시까지 이 결정과 관련된 의견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며 재심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美대선 연방대법원 판결요지
일반적인 규칙에 따라 주 의회가 제정한 선거관련법은 선거권에 대한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제한을 두지 않는 한 유효하고 선거법은 시민들의 투표권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자유롭게 해석해야 한다는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해석을 지지한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의 개표결과 보고시한을 연장, 최종집계에 포함시키도록 한 주 대법원의 의견을 검토한 결과 우리는 그러한 결정의 정확한 근거가 상당히 불확실함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현재 이 연방문제를 검토하기를 거부하는 이유이다. 주 대법원이 주법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자유롭고 우리에 의해 구속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동시에 주 법원의 모호하고 애매한 판결은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장애로 남아있지 않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주 헌법에 의거, 주 의회의 권한을 제한하는 정도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따라서 주 대법원의 판결은 무효이고 이 사건을 환송, 이러한 견해와 모순되지 않는 추가절차를 밟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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