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동 아무개입니다. 조기축구 하실 분은 이번주 일요일 아침 103동 뒤 배구장으로 나오세요." "돌잔치합니다. 모두모두 오세요."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 남가좌동 삼성아파트 주민들이 쏟아내는 말들이다. 지난 9월 이 아파트에 들어온 주부 천미숙(33)씨는 도무지 자신이 서울 한복판에 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파트 하면 보통 개인적이고 도시적이고 그렇잖아요. 저희는 안 그래요.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들 같아요."천씨는 아파트에 들어온 지 채 3달도 안됐지만 벌써 맘 편한 이웃사촌이 30명을 넘는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요즘은 두 아들을 키우는 얘기를 게시판에 올리느라 바쁘다.
삼성물산은 사이버 아파트를 도입, 전 세대에 2년간 무료로 초고속 인터넷 전용선을 사용하도록 하는 한편, 전용 홈페이지(www.cvnet.co.kr)를 제공해 사이버 커뮤니티를 탄생시켰다.
입주민 모두에게는 e-메일 아이디도 주어졌고 아파트 입주민만 홈페이지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남가좌동의 경우 전체 1,114세대 중 700여 세대가 인터넷을 활용하며 또 하나의 세상을 살고 있다.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9월, 인터넷 홈페이지의 '우리마을 게시판'을 통해 조심스럽게 얘기를 나누던 주민들은 '좋은 아파트 만들기 모임'을 만들어 사이버 공간 뿐 아니라 현실공간에서도 모임을 갖기로 했다.
이후 아파트 단지 대청소, 불법주차 추방운동, 불편사항 신고 등의 활동을 통해 살아 있는 아파트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천씨는 "이제는 인터넷으로 온라인 반상회를 열어 볼까 생각 중"이라며 "공동생활의 참맛이 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참, 아파트 값도 오르고 있다나봐요." 이 아파트에 눌러 살 생각인 천씨이지만 기분은 좋단다.
전국에 퍼져 있는 15곳의 삼성 사이버 아파트를 유지, 관리하는 곳은 씨브이넷(cvnet). 지난 5월 삼성물산에서 설립했다. 씨브이넷 김용희 과장은 "사실 회사에서 제공한 것은 인터넷 전용선과 홈페이지 정도"라며 "주민들이 이렇게 빨리 스스로 뭉칠 줄은 생각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씨브이넷은 입주민들이 인터넷 환경에 적응해감에 따라 인터넷 벼룩시장, 공동구매 등 본격적인 사이버 아파트로 가꿔갈 계획이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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