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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 2선후퇴론' 여권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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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 2선후퇴론' 여권 파장

입력
200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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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국정 쇄신론의 불씨가 당내 실세인 '동교동계의 2선 후퇴론'으로 옮겨 붙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정동영 최고위원이 2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 동교동계 좌장격인 권노갑 최고위원을 사실상 지목하면서 '퇴진론'을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민주당 초선 의원 10여명은 4일 청와대 특보단 회의에서 전달된 문건을 통해 "현 위기의 주요한 책임은 동교동 소수 실세에 의해서 당정이 장악돼 있는 데서 비롯됐다"며 권 최고위원을 비롯한 동교동계의 2선 후퇴론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물론 현 정부 들어 동교동계 퇴진론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엔 의미가 좀 다르다.

이전의 2선 후퇴론이 당내 인재의 고른 활용에 무게 중심이 있었다면 이번의 주장은 동교동계 몇몇 실세들이 위기극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파장이 예상외로 커질 수 있다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권 내에서 집권 후반기의 동교동계 역할 및 향후 진로에 대해 다양한 논란이 촉발될 수 있다. 동교동계의 몇몇 인사들이 과연 위기의 원인인지 여부도 민주당 내에선 매우 민감한 문제다.

의사결정 라인 장악, 정부와 산하기관 및 당직 인사 개입, 거듭되는 금융비리 연루의혹 등이 권 최고위원을 비롯한 동교동계 2선 후퇴론의 배경이 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물증'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 제기된 2선 후퇴론은 집권 후반기 여권의 새 진용 짜기와 맞물려 있고 결국 여권 내 역학구도 및 동교동계 내부의 분파 작용과 직결돼 있다. 2선 후퇴론이 불거지자 같은 동교동계인 한화갑 최고위원측이 곤혹스러워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주장이 동교동계 중에서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논란으로 확산되면 주장의 순수성이 그만큼 퇴색할 수 밖에 없다는 사정도 있다. 동교동계 문제에 관한 한 최종적인 교통정리는 물론 김대중 대통령이 나설 수 밖에 없다.

동교동계가 내부 입장정리를 통해 역할을 재분담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태성기자 east@hk.co.kr

■권노갑측 "너무했다"

자신을 지목한 '동교동계 2선 후퇴론'에 대해 권노갑 최고위원 본인은 일절 언급을 않고 있다.

그러나 측근들은 이번 주장이 특정 세력에 의해서 주도된 '음모'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퇴진론의 이유로 열거된 부분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한 측근 의원은 "걸핏하면 물러나라고 하는 데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권 최고위원의 '인사전횡' 주장에 대해 "야당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고생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현 정권의 의무이지 인사개입이 아니다"고 맞받아 쳤다.

금융비리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방어는 못해줄 망정 그것을 퇴진론의 재료로 써 먹고 있다"며 섭섭해 했다.

특히 권 최고위원은 자신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에 비유한 것에 심한 모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최고위원측은 "막후에서 국정을 농단한 현철씨와 당 지도부의 일원인 권 최고위원이 어떻게 같이 비유 될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권 최고위원측은 '음모론' 주장이 몰고 올 당내 파문을 감안해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권 최고위원측은 "7일 최고위원회의 때 무슨 얘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그 내용이 주목된다.

■정동영측 "할말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5일 권노갑 최고위원의 2선 후퇴 주장과 관련, "대통령께 드려야 할 말씀을 다 드렸을 뿐"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비공개로 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외부에 알려졌는지 모르겠다"면서도 "회의 전에 당내 여러 초ㆍ재선 의원들을 만났다"고 말해 당내 의견수렴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은 "청와대 회의조차 보안이 안 된다"고 혀를 차면서도 "정 최고위원이 9월 동교동계의 반발을 일축하고 박지원 문화관광장관의 사퇴를 공론화한 데 이어 또 한번 총대를 멨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최고위원은 2일 회의 당시 청와대 원탁테이블의 맞은 편에 앉아있던 권 최고위원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 자리에 계시지만 항간에는 각종 금융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느니, 제2의 김현철 이라는 얘기마저 나오는 실정"이라며 "당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2선으로 물러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칼을 빼기에 앞서 수 차례 초ㆍ재선들과 만나 '거사'결심을 굳혔고 일부 최고위원에게는 자신의 계획도 미리 알렸다.

특히 권 최고위원과는 1일 밤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 때 20여분간 독대해 "당을 위해 내일 고언을 하겠다"며 자신의 뜻을 우회적으로 통보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과 권 최고위원 본인을 위한 진정에서 할 말을 했지만 마음이 아프다"고 말해 무거운 심경의 일단을 내비쳤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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