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들이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하면서 노조와 맺은 것으로 드러난 이면계약 유형은 크게 세가지다. 임금을 아예 추가로 올려주거나, 복리후생비ㆍ사내복지기금 증액을 통해 변칙 지원을 늘려주고, 아니면 퇴직금 지급기준 자체를 높여 소급적용하는 방법 등이다.이 결과 퇴직금 감소분이 상쇄돼 누진제 폐지효과가 희석되고 있으며, 일부 기관의 경우
퇴직금 중간정산 과정에서 인상된 지급기준을 소급적용, 퇴직금이 누진제 폐지 전보다 늘어나기도 했다. 공공개혁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국보위 시절에도 못했던 강력한 개혁"이라며 "누진제 폐지에 따른 일정 수준의 보전은 사소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지역난방공사와 포철은 누진제를 폐지하는 대신 임금을 인상했다. 지역난방공사는 당초 삭감하기로 했던 올해 임금을 오히려 3% 인상했고 여기에다 중식ㆍ교통비 명목으로 1인당 월 8만3,000원씩 추가 지급했다.
포철도 퇴직금 상쇄분을 보전하기 위해 당초 책정한 임금인상률에서 2%를 추가 인상했고,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은 파업철회와 퇴직금누진제 폐지를 이유로 노조원 1,469명에 대해 1호봉씩 특별승급을 시키기도 했다.
각종 복리후생비나 학자금ㆍ주택자금 지원 등에 사용되는 사내복지기금을 대폭 증액한 사례도 많았다.
한국통신은 법정한도(세전이익의 5%ㆍ한통은 한해 223억원) 을 위반해가면서까지 1999~2004년 매년 500억원씩 총 3,000억원의 사내복지기금을 출연하기로 했고, 여기에다 연 100%(기본급대비)씩 지급하는 효도휴가비를 200%로 늘렸다. 무역투자진흥공사는 교통비를 1인당 1만5,000~2만원 인상키로 노사가 합의했다.
개인이 전액부담해야 할 개인연금이 동원되기도 했다. 한전은 5년간 사내복지기금 3,000억원 출연과 함께 개인연금 지급액 100%를 회사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개인연금 지원액을 현행 10%에서 15%로 상향조정하고, 올 연말 직원 1인당 50만원씩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특히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말 누진제를 폐지하면서 기존 퇴직금 지급기준에다 격려수당을 포함, 기준 급여 자체를 올리고 올 7월 직원 3,175명에게 퇴직금 중간정산 때 누진제 폐지 이전분에 대해서도 이를 소급 적용했다. 이 결과 누진제 폐지 전보다 139억원의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받았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근속연수 1년당 1.5~3.5개월(근속연수에 비례)치를 적용해오다 1개월치 임금만 적용할 경우 입게될 직원들의 손실분을 일정 보전해주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구조조정으로 나갈 사람에게 추가 보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살아남은 사람에게까지 구조조정의 쓴맛에 상응하는 당근을 준다는 것은 공공개혁이 '무늬만 개혁'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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